삼성전자가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업계는 실적 부진의 후폭풍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력 감원과 재배치를 통해 조직의 체질을 개선, 실적 부진의 파고를 넘으려는 조치란 해석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각 사업부서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현재 개별 면담을 진행 중이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부장급과 고참급, 고과불량자, 직급 장기체류자 등으로, 희망퇴직금은 2년치 연봉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매년 상시 희망퇴직을 받아왔으나, 올해는 규모가 예년보다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정 사업부 인력의 30%가 줄어들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력 이동과 감원은 상시적인 일로, 대규모 희망퇴직 명단 통보는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인력 감원과 함께 인력 재배치도 진행 중이다. 재무·인사·관리 등 사업부 지원부서 인력 10~15%를 현장에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로 성장정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선제적인 인력조정을 통해 성장 발판을 다지려는 포석이다.
임원 감축도 예상된다.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임원승진 규모 축소는 물론, 대규모 감원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몇 년새 임원승진자 수는 감소추세다. 지난 2012년 사상 최대 규모인 501명의 임원승진 인사를 단행한 이후 2013~2015년 각각 485명, 475명, 353명 등으로 규모를 축소해 왔다.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직급 장기체류자 이른바 ‘만년 부장’으로 조직에 자리할 수 있지만, 부서 이동 등이 이뤄져 퇴사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이에 임원승진 규모 축소 및 인력 재배치가 결국 인력 감원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분석이다.
최고 수준의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성장가도를 달렸던 2013년(1236명) 이후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임원수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임원수는 각각 19명, 30명 축소됐다.
삼성전자의 인력 구조조정은 부진한 실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시장 포화가 맞물리면서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 주력 제품의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 탓에 영업익은 물론 삼성전자 전체 매출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
삼성 한 관계자는 “올해 매출 200조, 영업이익 30조 달성이 사실상 힘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적 부진과 성장정체가 겹친 상황에서 현재 수준의 인력을 그대로 가져가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1990년대 외환위기 당시 선제적으로 인력을 솎아내 다른 기업보다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면서 “현재는 삼성전자 자체 경쟁력 저하에 글로벌 경기침체, 업황 불황 등 대내외적인 어려움이 중첩된 상황인 만큼, 조직슬림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