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회사채·M&A·PEF 업무 축소해야"

입력 2015-10-0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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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의 투자은행(IB) 업무 중 민간 부문과 중첩돼 마찰을 빚는 영역을 많이 축소해야 한다는 정책 제언이 나왔다.

창업 초기 기업은 신용보증기금과 같은 정책보증기관이, 중견기업은 산업은행이 지원을 맡는 방식으로 기업 규모에 따라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역할을 배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구정한 연구위원은 8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정책금융 역할 강화 방안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의 주제 발표를 했다.

금융위원회가 이르면 이달 중 산업은행의 역할 재조정 등 정책금융 역할 강화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정부 정책 연구용역과제를 수행하는 금융연구원의 제안은 정부 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청사진 성격을 가질 수 있다.

구 연구위원은 "통합산업은행이 민간부문과 시장마찰을 빚는 영역을 최소화하면서 경제위기에도 대응할 수 있는 영업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회사채 발행 주관, 인수·합병(M&A) 자문, 사모투자펀드(PEF) 업무가 산은과 민간의 시장마찰 가능성이 있어 이들 부문의 역할 축소가 필요하다고 구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그는 경제위기 등으로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경우에 대비해 해당 기능을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 연구위원의 주장대로라면 산은 조직 중 발행시장실, M&A실, 사모펀드실 등의 업무와 기능이 크게 축소된다.

그는 산은이 민간부문과 중첩되는 기능을 축소하는 대신 중견기업을 주요 타깃으로 정책금융을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초기 기업에 대한 보증지원은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이 맡고 산은은 중견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책금융기관이 기업 규모에 따라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견기업 지원도 민간과의 마찰을 고려해 투·융자복합금융, 지식재산권(IP) 금융 등 민간이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분야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지원도 성장사다리펀드, IP펀드 등 벤처캐피털(VC)과 연계한 간접투자로 다른 기관과의 역할 중복을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 연구위원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의 역할 재조정과 관련해 창업단계에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지원을 현재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창업한 지 오래된 기업들에 대한 장기 정책보증 지원은 기업의 자생력과 성장을 오히려 방해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구 연구위원은 유럽의 정책금융기관(EIF) 사례를 들어 신·기보가 직접 개별 기업에 대한 보증지원을 하는 대신 은행에 보증지원 요건과 대출 총량만을 할당하는 포트폴리오 보증 방식으로의 전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창업기업에 한해 연대보증 면제 범위를 추가로 확대하고 보증비율과 보증기관을 장기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미래성장형 기업(신보), 기술력 중심 기업(기보), 영세 소기업·소상공인(지역신보) 등 지원대상별로 정책보증기관의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 연구위원은 재기지원 사업과 관련해 현재 신·기보, 신용회복위원회,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기관별로 분산된 사업을 통합하고 사업성 평가를 완화해 채무재조정과 다중채무자 문제를 해소하면서 지원혜택도 확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의 경우 시중은행과 사실상 동일한 기능을 하고 있다면서 창업 초기나 성장 초기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에 집중하되 일각에서 제기되는 창업·벤처기업에 대한 직접투자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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