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한국에서 열린 2015 프레지던츠컵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미국팀은 6연패를 달성했고, 인터내셔널팀은 17년 만의 우승 꿈을 접었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스타플레이어를 국내 필드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행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세계랭킹 1ㆍ2위 조던 스피스(미국)와 제이슨 데이(호주)를 비롯해 필 미켈슨(미국), 애덤 스콧(호주) 등 이름만 들어도 골퍼들을 설레게 하는 당대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 모였다.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 수는 이번 대회 흥행을 입증했다. 공개 연습 라운드가 열린 6일과 7일에는 각각 5569명, 7841명이 대회장을 다녀갔고, 대회 첫날 포섬 매치 5경기가 열린 8일에는 평일임에도 1만8438명이 대회장을 찾았다. 포볼 매치 5경기가 열린 9일에는 무려 2만2349명이 대회장을 방문해 2015 프레지던츠컵 열기를 실감케 했다. 이른 아침부터 궂은 날씨가 이어진 10일에도 2만1090명이 갤러리로 입장했다. 싱글 매치 12경기가 열린 11일은 굵은 빗방물이 필드를 촉촉이 적셨지만 2만4918명이 대회장을 찾아 6일 동안 총 10만205명이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를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프레지던츠컵 흥행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대회장인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는 인천 송도의 국제업무지구 내 위치, 수도권 골퍼들의 접근이 용이했다. 또 배상문(29)이 닉 프라이스(짐바브웨) 인터내셔널팀 단장 추천으로 출전해 인천 출신 대니 리(25ㆍ뉴질랜드)와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며 흥행에 불을 지폈다. 나흘간의 대회 기간 중 이틀은 우중 라운드를 펼칠 만큼 궂은 날씨 속에 진행됐지만 대회 열기는 식지 않았다.
한국 골프의 위상도 한층 높아졌음을 입증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된 만큼 한국 골프는 물론 아시아권 국가들도 차기 프레지던츠컵 개최에 새 활로를 개척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갤러리 문화는 아직 개선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대회 기간 중 대회장 안전요원의 입에서는 “사진 찍으면 안 돼요!” “매너 좀 지키세요!”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왔다. 안전요원의 눈을 피해 도둑 촬영을 하는 사람, 고성으로 떠들며 코스를 이동하는 사람, 좋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앞사람의 시야를 얌체처럼 가로막는 사람, 선수들의 샷 장면을 보기 위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확보하는 사람 등 성숙하지 못한 일부 갤러리들이 여러 사람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다행인 것은 비 매너 갤러리는 대수가 아닌 소수였다는 점이다.
호주에서 온 응원단 파나틱스(광적인 팬)와 남아공의 핑크 엘리펀트는 이번 대회 기간 줄곧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조용히 경기를 관람하다 중간 중간 유쾌하면서도 조직적인 응원으로 인터내셔널팀에 힘을 불어넣었다. 나보다 남을 배려한 응원 문화다. 국내 갤러리 문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기에 그들의 퍼포먼스는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