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팀의 6연패로 끝난 2015 프레지던츠컵엔 엇갈린 운명을 맞은 두 남자가 있다. 양팀 추천 선수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빌 하스(33ㆍ미국)와 배상문(29)이다.
빌 하스는 미국팀 단장이자 아버지 제이 하스(62)의 추천을 받았고, 배상문은 인터내셔널팀 단장 닉 프라이스(58ㆍ짐바브웨)의 추천을 받아 생애 첫 프레지던츠컵 무대를 밟았다.
두 선수의 2015 프레지던츠컵 출전은 어느 정도 예측됐다. 하스는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5개 대회에 출전해 휴매나 챌린지 우승 포함 톱10에 5차례 들었고, 톱25에는 12차례 진입한 하스는 상금순위 24위(306만4024달러(약 36억2000만원)를 차지했다. 프레지던츠컵 미국팀 랭킹도 11위로 성적만 놓고 본다면 하스의 합류는 당연한 일이었다.
올해 초 병역 기피 논란에 휩싸인 배상문은 안병훈(24)의 유러피언투어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출전이 불투명했다. 그러나 프라이스 단장은 대회장인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두 차례(2013ㆍ2014년 신한동해오픈)나 우승을 거머쥔 배상문을 마지막으로 인터내셔널팀에 합류시켰다.
출발은 배상문이 좋았다. 배상문은 9일 대니 리(25ㆍ뉴질랜드)와 짝을 이룬 포볼 매치에서 리키 파울러(27), 지미 워커(36) 조를 무너트렸고, 10일 오후 열린 포볼 매치에서는 마쓰야마 히데키(23ㆍ일본)와 찰떡 호흡을 선보이며 지미 워커, 크리스 커크(30) 조를 제압했다.
반면 하스는 단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9일 첫 출전한 포볼 매치에서 커크와 짝을 이뤘지만 통차이 짜이디(46ㆍ태국), 찰 슈워젤(31ㆍ남아공) 조에 2&1 패배를 당했고, 10일 오전 포섬 매치에서는 매트 쿠차(37)와 한조로 나섰지만 배상문, 마쓰야마 조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리고 맞은 11일 파이널 라운드에서는 두 선수가 마지막 12조에서 싱글 매치를 펼치게 됐다. 둘 중 한 남자는 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두 선수의 결과에 양팀의 운명이 걸린 상황이 됐다.
배상문은 하스에게 시종일관 끌려가는 경기를 펼쳤다. 한국팬들은 배상문의 역전승을 기대했지만 한 홀 차 승부는 좀처럼 배상문 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하스에 한 홀 뒤진 배상문은 마지막 18번홀(파5) 승리로 연장전을 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배상문은 막중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린 주변 세 번째 샷 실수를 범하며 미국팀에 우승을 내줬다.
배상문은 비록 싱글 매치에서 패했지만 이번 대회 종합성적 2승 1무 1패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마지막 홀 실수는 냉혹한 결과와 싸늘한 시선으로 다가왔다. 반면 이번 대회 1승 1무 1패를 기록한 하스는 마지막 날 단 한 번의 승리로 미국팀의 영웅이 됐다. 결국 제이 하스의 용병술이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