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이른바 ‘연준 피로감(Fed fatigue)’을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오히려 시장을 불안정하게 하면서 각국이 받는 타격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에 페루 리마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 총회에 모인 각국 중앙은행 고위 관계자들은 연준이 금리인상을 단행해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고 1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이날 별도로 개최됐던 한 금융 세미나에서 연내 금리인상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은 연준의 이런 미지근한 태도에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인 네가라은행의 수크다페 싱 부총재는 “연준의 금리인상 연기가 현 상황을 해소하지는 못한다”며 “신흥시장의 막대한 부채가 문제라면 이를 생각할 수 있는 또 다른 날이 있을 것이다. 금리인상 지연이 이런 이슈 억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미 지난 2년간 신흥국은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에 따른 자본 유출과 자국 통화 가치 하락, 증시 불안정 등으로 많은 고통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날 폐막하는 IMF·WB 연차 총회에서 많은 고위관계자가 연준의 조속한 금리 인상을 선호했다고 WSJ는 전했다.
타르만 샨무카라트남 싱가포르 부총리는 “작년과 비교해 올해 많은 신흥국 중앙은행 총재가 연준이 금리를 계속 유지하는 것에 더욱 민감해졌다”며 “이들은 불확실성이 줄어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 중앙은행 총재도 이런 입장에 공감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연준발 자본유출에 신흥시장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금리인상 연기의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차라리 금리를 인상하면 미국 경제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신호로 풀이될 수 있고 이는 세계 경제에도 좋은 소식”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신흥국 중앙은행이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비해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자국 통화 환율을 좀 더 유연하게 가져가 강달러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자본유출 충격에 대비해 외환보유고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준비도 연준의 미지근한 행동에 따른 금융시장의 요동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이들은 호소했다.
파라과이 중앙은행의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발도비노스 총재는 “모두가 9월에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얘기했다. 지난달 금리가 동결되고 나서는 12월이 거론됐다. 이제는 내년 1월 이후를 얘기하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전망이 흐릿한 가운데 우리가 어떻게 준비를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