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최근 예상을 뒤엎는 미국 고용 지표 부진과 함께 중국 등 주변국의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연내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10월 금리인상 확률은 8%에 그쳤다. 12월 금리인상 확률도 37.4%에 머물렀다. 9월 초 같은 조사에서 12월 인상을 점쳤던 확률은 60%에 육박했었다. 오히려 내년 3월 인상의 확률이 59.3%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기자회견이 없는 1월보다는 기자회견이 예정된 3월에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을 비롯해 일부 연준 위원들이 연내 인상 가능성에 대한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시장은 이들의 발언에 회의적이다. 재닛 옐런 의장은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현행 0~0.25%) 동결을 결정하면서 10월 인상 가능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후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은 총재가 연내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놨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연내 인상이 물 건너 갔다는 전망이 힘을 받았다. 이에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지난주 3.26% 올랐다. 이는 2014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같은 기간 다우지수와 나스닥 지수 역시 상승마감했다.
연준 인사들의 이러한 발언에도 시장에서 연내 금리인상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것은 고용지표와 물가상승률 부진 때문이다. 연준의 통화정책 양대 목표로 고용과 물가 안정을 삼고 있다.
최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14만2000명 증가에 그쳤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 20만3000명 증가에 크게 밑도는 것이다. 8월 고용도 17만3000명에서 13만6000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연준이 물가 지표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40개월째 목표치 2% 밑돌고 있다.
연내 인상 가능성이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급기야 마이너스 금리 채택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는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와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등의 발언을 인용해 연준이 유사시에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할 준비가 됐다고 보도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스위스 덴마크 중앙은행이 소폭의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 효과를 보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하지만 완화적 통화정책 연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국제 경제분석 기구 G30은 10일 국제통화기금(IMF) 총회를 위해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각국 중앙은행의 출구 전략이 앞으로 어려지게 될 것”이라면서 “너무 늦어지면 또 다른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