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세계 최고의 CEO’ 1위에서 올해 87위로 추락하며 체면을 구겼다. 재정적 측면에서는 1등이지만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ESG) 등의 요소를 따져봤을 때는 ‘세계 최고의 리더’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베조스 CEO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선정하는 ‘올해 세계 최고의 CEO 100인’ 순위에서 지난해 1위에서 87위로 떨어졌다. HBR의 편집장 아디 이그네셔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순위 변경에 대해 “재무제표만 놓고 봤을 때 베조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등이지만 상대적으로 ESG 부분에서는 점수가 좋지 않아 순위에서 크게 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HBR은 ESG 부분만 별도로 보면 베조스는 전체 907명 중 828위이라고 지적했다.
FT는 베조스가 ESG 부분에서 낙제점을 받은 이유는 탈세 의혹과 직원 복지와 관련한 논란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아마존은 전 세계 배송창고를 운영하면서도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올 초부터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몇몇 유럽국가에서 고객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하기도 했다. 창고직원들이 실내온도 평도 40도에 하루 11시간 이상 근무하는 등 열악한 노동조건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편 ‘세계 최고의 CEO’ 순위에서 종합 1위는 덴마크 헬스케어업체 노보 노디스크의 라르스 레빈 쇠렌센이 차지했다. 쇠렌센 CEO는 회사 재무상태 기준으로는 6위였으나 ESG 부분에서 15위를 차지해 종합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시스코 시스템스의 존 챔버스 CEO, 스페인 패스트패션브랜드(SPA) ‘자라’의 모기업인 인디텍스의 파블로 이슬라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78위에 올랐고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로 최근 사임한 폭스바겐의 마틴 빈터곤 CEO(20위)도 순위에 들었다. 이와 관련해 HBR은 CEO 순위 발표 전 빈터콘이 사임했고, 발표 이후 조사업체인 서스테이널리틱스가 회사의 ESG의 순위를 조정했다고 덧붙였다.
HBR은 통상 총 주주환원율, 시가총액 등으로 CEO들을 평가해왔으나 올해는 환경·사회적 영향, 그리고 경영의 가치 등 연성적인 요소를 종합 반영해 순위를 매겼다. 평가 비율은 재무성과 80%, ESG 요소 20%이며 이번 순위는 전 세계 기업의 ESG 평가 결과를 제공하는 서스테이널리틱스 자료를 참고했다.
이그네셔스 HBR 편집장은 “이번 평가는 무척 힘들었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평가 방법을 변경한 것은 비재무적 요소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