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대형 인수·합병(M&A)이 잇따르고 있다. 델컴퓨터가 IT 분야, 세계 1위 맥주업체 AB인베브는 식품 부문에서 각각 사상 최대 M&A 기록을 세웠다고 13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델은 전날 데이터 스토리지업체 EMC를 670억 달러(약 77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벨기에 AB인베브는 이날 경쟁사인 영국 사브밀러를 710억 파운드에 사들이기로 기본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금융사업 일부를 웰스파고에 320억 달러에 매각한다. 불과 며칠 사이에 다양한 업종에서 대형 M&A 소식이 연달아 터진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발표된 글로벌 M&A 총액은 13일 현재 3조4600억 달러로, 지난해 전체 실적인 3조3530억 달러를 이미 뛰어넘었다. 또 같은 기간 비교로는 한 해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2007년 실적도 웃돌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M&A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신문은 시장에서의 압력이 커진 것이 대형 M&A가 활기를 띠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서구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막대한 자금을 축적해왔다. 이들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 증가로 주주환원을 확대하라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려 했다.
그러나 신흥국 경기둔화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런 정책만으로는 주가를 지탱하기 어려워졌다. 주주들은 배당을 받아 자금이 들어와도 재투자할 수 있는 유망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지자 기업들에 중장기 성장을 보장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강력히 요구하게 됐다. 특히 규모가 커진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M&A의 배후에서 움직이는 경우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JP모건체이스의 헤르난 크리스테르나 글로벌 M&A 공동대표는 “M&A를 발표한 기업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최근 많아졌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자신이 보유한 경영 자원만으로 성장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자 M&A를 유력한 선택사항으로 고려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에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M&A 실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올해 열기에 한몫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델은 PC 부문의 쇠퇴에 클라우드와 데이터 스토리지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EMC 인수에 나섰다. EMC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업체 VM웨어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다.
AB인베브는 사브밀러 인수가 각국 반독점 당국의 심사를 통과하면 세계 맥주시장의 점유율 30%를 단숨에 거머쥐게 된다. 양사가 취급하는 브랜드는 400개에 달하며 인수 이후 시가총액은 식품 부문 세계 최대 업체인 스위스 네슬레를 웃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