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경제포럼] TPP 유감

입력 2015-10-1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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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연세대 특임교수, 전 국회의원

“TPP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라는 것이 며칠 전 국정감사에서 밝힌 대한민국 경제수장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입장이었다. 그 명분으로 참여할 경우 향후 10년 후 1.8%까지 GDP가 증가하는 반면 불참할 경우 0.12% 감소한다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2년 전 전망치를 거론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TPP 참여에 경제적 실익이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다 왜 12개 국가가 창립멤버로서의 기득권을 확보하고 나서야 참여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입장을 바꾸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유익한지 여부는 접어두고 유익하기 때문에 참여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언제 참여하는 것이 국익을 극대화하는지 타이밍이 중요하다. 뒤늦은 합류에는 창립 멤버가 요구하는 조건을 수용해야 승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한다. 2년 전 발표된 전망치를 근거로 참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하면서 출범하자마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는 것이 좋다는 경제수장의 발언은 지난 2년 동안 허송세월로 실기했다 것을 의미한다.

뒤늦은 합류는 쌀, 쇠고기, 자동차, 전기전자 등 우리의 국익이 첨예하기 걸려 있는 이슈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어렵게 한다. 경제부총리는 “쌀은 양허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장담했지만 창립 멤버로 유리했던 일본도 미국산 쌀 수입량을 7만t으로 늘리는 안을 수용한 후에야 가입승인을 얻어냈다는 점, 기존 12개 국가에 속하는 미국, 호주, 필리핀이 우리나라의 쌀 관세율 513%가 높다고 이의를 제기해 WTO에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점 등은 부총리의 호언장담을 무색하게 한다.

과연 경제적 실익이 대단할까? TPP에 우리가 가입하게 되면 창립 멤버 12개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그런데 12개국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 나라와 이미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TPP에 참여하게 될 경우 순(純)효과는 일본, 멕시코 두 나라와 FTA를 맺는 것과 동일하다.

일본과의 FTA는 지금까지 맺어 온 FTA와 차원이 다르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맺은 FTA는 농어업에서의 불이익을 제조업에서 만회하는 식이었지만, 일본과의 FTA는 정반대다. 제조업 경쟁력이 일본에 비해 부족하다. 제품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현시비교우위지수’(RCA)를 보면 일반기계는 0.81로 일본의 1.77에 비해 현저히 낮다. 소재산업인 비금속광물 역시 0.28로 일본의 1.18에 비해 극히 낮고, 자동차는 1.39로 경쟁력은 있으나 일본의 2.24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일본과 FTA로 제조업이 입을 타격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를 멕시코와 FTA가 만회할 수 있는가에 대해 대부분 전문가의 답은 부정적이다. 경제적 실익은 별반 없어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참여 여부는 TPP를 단순히 경제협약으로만 보고 결론 내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TPP는 경제협약을 넘어 외교, 국방, 안보를 총망라한 전방위 공동규약의 성격을 띠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속에서 중국의 전승절 행사 열병식까지 대통령이 참석해 서방 국가들의 불안한 시선을 받는 상황에서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서 빠지겠다는 결정이 몰고 올 파장을 면밀히 따져야 할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 중대한 문제를 TPP가 타결되고 난 후 입장을 정한 ‘타이밍 실기’는 유감이다. 경제적 실익이 의심스럽다는 점도 유감이다. 그 주장이 2년도 더 지난 전망치에 기초하고 있는데 그간 무슨 허송세월하느라 TPP가 타결돼 참여 자체도 불투명해졌고, 기존의 가입국들보다 열악한 조건으로 참여하게 됐는지는 더더욱 유감이다. 유감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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