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 내 꿈은 시인이 되는 것이었다. 답답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스트레스 푸는 방법은 시 한 편을 쓰고 친구에게 감상평을 듣는 것이었다. 시를 주제로 친구들과 진솔한 얘기를 나누는 것은 꽤나 즐거운 경험이다.
시는 언어의 틀을 깨고 수많은 감각적 심상을 융합해야 하는 문학 장르다. 우리가 혁신을 위해 입이 닳도록 강조하는 파괴와 융합이 시 쓰는 과정에 집약돼 있다. 이미 존재하는 표현을 베끼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진부한 틀을 깨고 누구도 생각지 못한 표현을 만드는 것이 지상과제다. 시를 쓰는 과정에서 타인의 것과 다른 무언가를 창조하려는 의식이 박힌다. 창조성은 생각의 틀을 만드는 동시에 이를 끊임없이 깨면서 확장하는 과정에 있다.
시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추어리즘’이다. ‘프로’가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고, 취미이기 때문에 재밌다. 즐거움 속에 사상의 지평이 넓어진다. 시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표현 욕구를 그저 충족시키는 행위다. 표현 욕구를 자유롭게 발산할 때 창의가 싹트고 혁신이 고개를 든다.
기존의 문학 교육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시는 외우게 하면 안 된다. 서툴더라도 스스로 창작하게 해야 한다. 창작 ‘시험’은 더더욱 안 된다. 애초에 평가 기준조차 있을 수 없다. 교사조차 학생을 뛰어넘는 창작 능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저 서로 다른 각자의 생각을 음미하며 즐기면 된다.
나는 신문사 기자직을 버리고 스타트업 창업자가 됐다. 시인이 되지 못한 것은 ‘프로’가 될 만한 실력이 없어서였다. 다만 시인의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걸 감사히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