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분석의 노하우

입력 2007-03-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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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1

지난해 12월, ‘세꼬시’전문점 입지컨설팅을 위하여 마포의 부동산중개소를 찾았다. 세 곳을 방문한 결과 흔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동일 점포 매물인데도 권리금이 제각각이었던 것이다. 한 곳은 7천만원, 다른 두 곳은 각각 6천4백만원과 6천만원을 불렀다. 순간적으로 “급매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보통 인근 부동산중개소마다 권리금이 다른 것은 크게 두 가지여서다. 그 하나는 부동산 중개소에서 점포개발비 명목으로 임의로 올려 받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매물이 안 나가니까 매도인이 권리금을 조정해 내려가는 경우가 그것이다. 어떠한 경우에서 건 이런 상황의 권리금은 상당히 깎을 수 있다. 매도인의 상황이 급할 때 주로 이러한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는 입점당시 거래했던 부동산에만 내 놓게 되는데 이 경우는 권리금을 동일하게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차피 한 곳에 내 놓으면 부동산 중개소들 끼리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매물은 인근 부동산 어디를 가도 조건이 같다. 그래서 임차인도 연말대목을 보기위해 급하긴 했지만 애써 관망하는 자세로 임했고 임대인의 전화를 기다리는 모양새를 취해서 결국 4천4백만원에 계약하게 됐다. 최소한 2천만원 이상을 깎은 것이다.

#상황2

동작구의 황금상권 중 하나인 이수역세권에 안경점 입점자를 물색해 달라는 건물주의 의뢰를 받았다. 피자헛, 할리스가 입점이 예정된 젊은 상권인데다 전철역 입구에 바로 인접한 신축건물이다. 임대조건은 권리금은 없지만 15평을 보증금 2억원에 월세 7백만원에 제시했다. 전세로 환산하면 9억원인 셈이어서 누가 봐도 월세가 너무 비싸다.

임대인에게 권리분석을 통해 월세를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고 이에 동의했다. 분석결과 적정월세는 520만원 수준이었으나 임대인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문제는 과다한 분양가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그만큼은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서 입점컨설팅을 포기했다. 그런데 한동안 비어있던 그 점포가 어느날 커피전문점을 하겠다는 창업자가 계약을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임대인은 ‘간 큰 창업자’를 만나 어렵사리 해결한 셈이 됐다.

사례로 든 두 가지 경우만 보더라도 점포의 권리분석과 협상기술이 얼마나 중요하며, 무지한 창업의 대가가 얼마나 큰 손실인지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제 권리금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접근해 보자.

권리금이란 그간의 지속적인 영업을 통하여 얻어진 고객관계, 홍보, 신용, 인테리어 재사용 등에 대한 이익 등을 양도인에게 지급하는 대가다. 물론 권리금은 법적으로 보장된 금액이 아니라는 점은 상식이다.

권리금은 크게 바닥 권리금, 시설 권리금, 영업 권리금 등으로 나뉘지만 이를 통칭하여 ‘권리금’으로 표현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통상 대상 점포의 1년간 영업수익 총액 정도가 보통이지만 협상기술에 따라 8~10개월의 영업수익 수준에서 결정된다.

권리분석을 위하여 필수적으로 상권분석을 해야 하지만 통상적인 개념으로 좋은 입지는 ‘입지조건이 좋고 권리금이 낮은 점포’다. 입지조건이 좋다는 말은 유동인구나 거주인구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입지는 아니다. 업종에 따라 좋은 입지는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강남역 상권에 골동품 가게가 잘될 리 없고, 이대 앞에 100엔샵이 들어서 봐야 망하기 십상이다. 금싸라기 땅이라고 모든 업종이 잘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따라서 상권분석을 통해 유망상권을 먼저 정한 다음, 대상 상권에서 입지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상점포의 권리금은 적정한 것인가? 이는 통상 1년간의 영업수익이라고 언급했지만 그 외에도 참고해야 할 사항이 많다. 점포 크기, 시설비, 인테리어 수준, 영업기간 등에 따라 조정이 필요하다. 일단 1년간의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하되 매도인의 영업기간이 길었거나 시설이 노후됐다면 좀더 깎을 수 있지만 시설이 고급이거나 에어컨, 냉동고, PDP 등의 기자재가 새 것이라면 약간 상향 조정될 수도 있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1) 입지조건이 좋고 장사가 잘 되는 점포인 경우, ‘순수권리금 + 시설비’를 (2) 입지조건은 좋으나 장사가 대체로 안 되는 점포(BP수준)인 경우, ‘순수권리금-연간영업수익의 30% + 시설비’ (3) 입지조건은 좋으나 장사가 거의 안 되는 점포(BP이하)는 ‘바닥권리금 +시설비’ (4) 입지조건은 나쁘지만 장사가 잘되는 점포인 경우, ‘주변 동업종의 평균 수익’ (5) 입지조건이 나쁘고 장사도 손익분기점 수준인 경우, ‘시설비 약간’ (6)입지조건도 안 좋고 장사도 안되는 점포라면 ‘권리금 없음’ 정도로 이해하면 좋다.

이런 가치평가를 기준으로, 만일 점포형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호감 가는 상권에 권리금이 싼 점포매물이 나왔다면 비록 업종이 결정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일단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지난해에 컨설팅한 사례가 좋은 예다. 업종결정을 미루던 한 주부에게 신촌 고기골목에 테라스가 있는 20평의 좋은 매물을 추천해 줬다. 대상점포는 고기집인데 주변시세에 비해 턱없이 적은 4천만원의 권리금으로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종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을 미뤘다가 나중에야 영등포의 한 주택가 점포를 무려 9천만원이나 주고 계약해서 삼겹살전문점을 창업했다. 상권으로 치면 천지차이지만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때를 놓친 것이다. 지금 그녀는 6개월째 적자상태다.

일반적으로 보면 2개 이상의 비교입지가 있을 경우에 다음의 방법들을 감안하면 좋다. 투자대비 수익률이 높고 권리금이 낮거나, 투자대비 수익률은 비슷하지만 입지가 좋거나, 혹은 입지조건이 차이가 나지만 투자대비 수익률이 월등히 높으면 1급 점포다. 만일 입지조건이 다르지만 점포크기가가 차이가 나서 총 투자비율이 비슷한 경우는 자신의 경력이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입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동일한 조건이지만 매출이 비슷하다면 손익분기점이 낮은 점포가 물론 1급 점포인 것이다.

언급한 바, 권리금은 법률상 인정되는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잘 계약하면 많은 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고 자칫 손해를 크게 볼 수도 있다. 권리금을 최대한 깎는다는 것은 창업 초기비용을 절감한다는 측면이 크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나중에 점포를 쉽게 팔기 위함과 지불했던 것보다 더 많이 받아내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권리금을 최소화하되 영업을 잘해서 차액을 최대화하는 노력이 절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불한 권리금을 1년이 아닌 6개월만에 상쇄할 정도라면 이미 두 배의 부가가치를 얻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권리금의 부가가치를 최대화하고 피해를 최소화 하려면 어떠한 협상전략을 펴야 할까? 첫째, 매출 장부를 필히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매도인이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것은 손해를 자초하는 일이다. 만일 욕심나는 점포인데도 매도인이 공개를 주저한다면 사업자등록번호를 알아내서 비공개 루트를 통해 국세청에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매출의 100%를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신고액에다 22%를 곱하면 대략 매출총액이 나온다.

둘째, 조급함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대상점포가 맘에 들더라도 ‘만만디’ 전략으로 가야만 매도인이 더 급해지기 때문에 스스로 권리가치를 하향조정해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셋째, 부동산 중개사에게 적당한 이유를 들어 계약가능금액을 미리 제시해 주는 방법도 좋다. 예를 들어 권리금 1억원의 점포지만 “계약하고 싶은데 창업자금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다”고 전제한 뒤, “7천만원이면 바로 계약하겠다.”고 해 놓고 연락을 기다리면 된다. 그런 다음 부동산에는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아야 한다. 만일 이로 인해 기회를 놓쳐도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넷째, 세 사람정도의 ‘들러리 전략’도 먹히는 경우가 많다. 자신 외에도 두 세 사람을 매도인에게 접근하게 하되 사전에 상한금액을 정해 놓고 그 이상은 관심이 없다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게 한다는 의미다. 만일 매도인이 7천만원을 받겠다고 했다 할지라도 오는 사람마다 4천 5백만원까지만 얘기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지금까지 권리금에 대해 기술했지만 개인적으로 늘 하는 일이면서도 마음에 걸리는 구석이 있다. 일반적으로 매도인은 장사가 안 되서 손해를 보고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거기에다가 또 깎겠다고 덤비니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나 공권력을 투입해서 삶의 터전인 집까지 경매처분 해 버리는 정부도 있다는데 위안을 삼고 있다.

이형석(leebangin@gmail.com)

비즈니스유엔 대표컨설턴트

한국사업정보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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