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건강에 좋은 감

입력 2015-10-2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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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희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관장

▲안영희(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관장)
▲안영희(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관장)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이 자리잡고 있는 경상북도 상주는 예로부터 삼백(三白)의 고장이라 불린다. 삼백이라 함은 세 가지 흰 것을 뜻하는 말로 곶감, 쌀, 누에고치를 일컫는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곶감이다. 분이 하얗게 오른 상주 곶감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상주의 시골집 앞마당에는 감나무 한 그루 정도는 반드시 식재돼 있다. 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오래된 고목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감은 상주의 상징적 풍경이다.

감나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의 중북부지방, 일본 등지에서 재배하는 동아시아 특산의 과수이다. 6세기경 저술돼 현존하는 중국의 가장 오래된 농업기술서적 제민요술(齊民要術)에 이미 감나무 재배에 대한 구체적인 이론이 실려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감은 크게 단감과 떫은감 두 가지다. 상주지역에서 재배하는 대부분의 감은 떫은감에 속한다. 떫은감은 과일에 존재하는 탄닌(tannin)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완전히 성숙시켜 홍시로 먹기도 한다. 하지만 과일을 건조해 곶감으로 먹는 것이 역시 제맛을 느낄 수 있다.

과일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했던 옛날에 감나무는 중요한 과수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설탕이 일반화되지 못했던 시절이라 감은 귀중한 감미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세종 13년에 편찬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 감나무는 일곱 가지의 뛰어남(七絶)이 있는 나무로 기술돼 있다. 첫째, 나무의 수명이 길고, 둘째, 녹음이 좋으며, 셋째, 나무에 새가 집을 짓지 않아 청결하고, 넷째, 해충이 생기지 않으며, 다섯째, 가을철 단풍이 아름답고, 여섯째, 먹을 수 있는 열매가 좋으며, 일곱째, 떨어진 낙엽은 거름으로 좋다는 것이다.

감나무는 열매부터 잎에 이르기까지 가치가 높은 식물로 알려져 있지만, 목재로서의 뛰어남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감나무 목재는 옅은 갈색을 띠며 재질이 단단하고 고르기 때문에 가구나 용구를 제작하는 데 이용된다. 고급 가구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진 흑단(黑檀)이라는 목재가 바로 아열대에 자생하는 감나무와 동일한 과의 식물이다. 감의 미숙과에서 짜낸 감물은 탄닌이 주성분으로, 과거 한지에 발라 우산이나 비옷의 방수제로 이용했다. 현재는 제주도 특산물의 하나인 제주 갈옷에 이용되고 있다.

감은 과일로서 가치가 높지만 민간의 상비약으로도 이용됐다. 감이 숙취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주성분인 시부올(shibuol)은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 감꼭지나 곶감꼭지에는 탄닌, 트리테르페노이드(triterpenoid) 등의 유효성분이 함유됐다. 흔히 구토나 심한 딸꾹질을 멈추는 데 복용하고, 어린이들의 야뇨증을 치료하는 데도 이용했다. 곶감의 표면에 발생하는 흰가루는 시상병이라 하며 자양강장제로 이용했다. 동의보감에는 홍시에 대해, “성질은 차고 맛은 달며 심장과 폐를 적셔주고 갈증을 멎게 하며 심폐의 열을 내려준다”고 했다. 또한 곶감은 “성질이 차거나 평하며 몸의 허함을 보하고 비위를 튼튼하게 하며 오래 체한 것을 낫게 한다”고 했다.

맛도 좋고 건강에 좋은 감의 인기가 자꾸만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단맛에 익숙해진 탓도 있고 외국 과일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과일을 시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특히 감의 특성상, 과일 특유의 향기와 과즙이 거의 없다는 것이 신세대 미각에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최근 소득의 향상과 더불어 개인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각종 건강기능성 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감은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약용으로 이용할 정도로 우리 건강에 이롭다는 사실이 입증된 과일이다. 이번 가을에는 빨갛게 잘 익은 홍시나 분이 하얗게 오른 곶감을 먹고 건강을 챙겨보도록 하자. 단, 감은 너무 많이 먹으면 변비를 유발할 수 있으니 적당한 양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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