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내년 더 어렵다"...'準비상경영 체제' 준비

입력 2015-10-2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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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계열사 실적부진ㆍ중국발 글로벌 경기불안 영향에 촉각

재계가 녹록치 않은 내년 경영환경에 대비한 '준(準)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그룹의 성장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던 주력 계열사들이 실적부진에 허덕이고, 대외적으로는 중국발 글로벌 경기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들이 계열사 재편과 구조조정 등으로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사업계획에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준하는 경영전략을 짜고 있다.

재계에서 가장 속도를 내는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의 계열사들은 이달 말까지 삼성 미래전략실에 연간 예상 실적과 함께 내년 투자계획, 실적 목표 등을 제출해야 한다. 다만 여러 여건상 보수적으로 경영목표를 세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비상경영에 준해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실적뿐만 아니라 중국 등 대외변수도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는 최근의 삼성전자 실적 흐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IM부문(ITㆍ모바일)에 이어 반도체부문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또 삼성물산이나 삼성SDI, 삼성중공업 등 다른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 흐름도 좋지 않다.

대외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대차그룹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도 중국 경기와 환율을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환율 영향으로 고전한데 이어 중국 판매 부진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었다"며 "이를 고려하면 내년도 경영계획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부진한 성과로 연간 판매량 820만대 목표 달성이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올 3분기까지 현대ㆍ기아차가 판매한 차량은 572만대 수준이다. 올 4분기에만 248만대를 팔아야 목표치를 달성하게 된다.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최근 10년 내 목표를 채우지 못한 최악의 한해로 기록되게 된다.

최태원 회장이 보폭을 넓히고 있는 SK그룹도 비장하다. 그룹의 양축인 통신과 에너지 모두 실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다. SK텔레콤은 뚜렷한 실적 개선세가 보이지 않고, SK이노베이션은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SK하이닉스가 그룹 전체에 힘을 보태고 있지만, 최근 반도체 시황이 불안하면서 내년 실적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한 것은 아니지만, 그룹 전반적으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며 "내년의 경우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사업계획 수립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LG그룹을 이끌고 있는 LG전자의 실적부진이 가장 큰 이유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올해 LG전자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40% 이상 깎여 1조원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올해까지는 그룹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LG화학이 내년에는 대외변수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고민거리다.

LG그룹 관계자는 "내년도 경영환경이 올해보다 좋지 않다는 것은 예측 가능한 것"이라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사안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 같다"며 내년도 경영환경을 어렵게 내다봤다.

이 같이 주요그룹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비상경영 형식을 취한 배경에는 주력계열사의 실적부진과 중국발 경기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삼성전자, 현대차그룹의 현대차ㆍ기아차, SK그룹의 SK텔레콤ㆍSK이노베이션, LG그룹의 LG전자 등 각 그룹의 핵심 계열사 실적이 모두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여기에 이들 주요그룹의 성장거점으로 잡은 중국의 경제성장율이 과거만큼 고성장이 쉽지 않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면서 내년도 사업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그룹들의 핵심 계열사들이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성장거점인 중국의 성장세까지 꺾여 비상경영이라는 카드로 내년도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도가 묻어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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