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 참석 안 하면 상 안 준다고?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10-21 09:09 수정 2015-10-2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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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열린 52회 대종상영화제 관련 기자간담회.(사진=뉴시스)
▲지난 14일 열린 52회 대종상영화제 관련 기자간담회.(사진=뉴시스)
“국민이 함께하는 영화제의 대리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참석하지 않는 배우에게 상을 주지 않겠다!” 대종상영화제 조근우 사업본부장이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11월 20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릴 제52회 대종상에선 대리수상을 불허하고 참석하지 않는 사람에게 시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종상의 권위 부재의 인정이자 상(賞)의 공정성 부정이다. 대종상의 추락한 위상의 반증이자 일부 한국 대중문화상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상을 상답게 만드는 권위는 수상자가 모두 참석하는 과시용 형식과 불참자 시상불허라는 엄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인정하는 수상자의 공정한 선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드라마 작가 김수현의 지적처럼 상이란 어떤 상이건 마땅히 받을 만한 사람에게 주어져야지, 공정하지 않으면 상을 받는 사람에게도 모욕이며 쓰레기 배급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종상 관계자는 불참자에게 상을 주지 않겠다는 말 대신 그동안 상의 권위와 가치를 바닥으로 추락시킨 불공정한 수상자(작) 선정과 부실한 시상식 등 각종 문제와 병폐를 실천으로 보여야 했다. 그리고 왜 세계적인 권위의 프랑스 칸영화제가 시상식에 불참했는데도 테렌스 맬릭(Terrence Malick) 감독이나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 감독에게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여하고 올해 여우주연상 수상자 루니 마라(Rooney Mara) 대신 토드 헤인즈(Todd Haynes) 감독의 대리수상을 허용했는지 생각했어야 했다. 무엇보다 34.3㎝ 높이의 금 도장의 나상(裸像)인 아카데미 오스카상 트로피의 제작비가 350달러에 불과하지만,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 수상자와 수상작의 명성과 실력이 인증되고 수상 영화의 관객은 20% 증가세를 보이며 수출가는 3~4배가 뛰는 이유를 살펴봐야 했다.

대종상뿐이겠는가. KBS, MBC, SBS 등 방송 3사의 연기대상과 연예대상, 지방자치단체 주최의 드라마상과 영화상, 언론사들의 가요상 등 수많은 대중문화상이 상의 권위는커녕 존재의미조차 상실하고 있다. 수많은 대중문화상이 대중에게 상으로서 인정받기는커녕 “쓰레기 같은 상”이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심지어 수상자에게마저 외면받는다.

대중문화상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중문화상은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음악 등 문화작품의 질과 가치 그리고 가수와 연기자, 감독, PD, 스태프의 실력과 명성을 공적으로 인증(reputation)해 주는 기능을 한다. 또한, 대중문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상업성으로 초래되는 문제와 부작용을 억제하는 동시에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중요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래서 대중문화상은 홍보 효과에서부터 시청자·관객 동원, 문화상품 소비 증가, 명성과 경쟁력 확보까지 다양한 효과와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대중문화상은 상으로서 이런 기능과 역할을 전혀 못 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상의 난립과 불공정한 수상자 선정 등 각종 병폐와 문제로 상의 권위와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정체불명의 대중문화상이 홍수를 이루고 수상자 불공정한 선정, 나눠먹기식 수상, 공동 수상자 남발, 선심성 시상 부문 신설 등으로 상의 권위와 공정성이 추락한 것이다.

빼어난 활약과 뛰어난 업적을 남긴 배우와 감독, 스태프와 완성도 높은 최고의 작품에 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시상식 참석 여부가 수상의 선정기준이 되는 대중문화상의 수상은 영광이 아닌 모욕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각종 대중문화상 시상식이 속속 열리고 있다. 대중문화상 시상식이 더는 ‘쓰레기 배급’이라는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이래도 국민과 함께한다는 제52회 대종상은 시상식 참석자에게만 상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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