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 은행과 카드사는 물론 저축은행들까지 진출하면서 캐피털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약 5조원에 달하던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상품이 사실상 폐지되자 캐피털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21일 금융권 및 캐피털업계에 따르면 은행권 가운데서는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이 오토론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자동차금융상품을 취급 중인 KB국민ㆍ우리ㆍ신한은행의 대출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약 7000억원 규모다. 1년 전 4000억원대보다 절반 가까이 증가했다.
카드사들 중에서는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는 자체 상품을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또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는 올해 연말까지 자체 복합할부 상품과 자동차 렌트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올해 초 현대차와의 복합할부 상품 판매가 중단되면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카드사들이 할부금융업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존 복합할부금융이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의 카드 대금을 캐피탈사가 대신 갚아주고 고객은 캐피탈사에 할부금을 갚는 구조였다”며 “이제는 카드사들이 캐피탈사와의 협력 없이 자체적인 할부금융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들 역시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OSB저축은행과 JT저축은행이 지난 9월 할부금융업 등록을 마쳤다.
이처럼 다른 금융사들이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에 속속 진출하자 독점하다시피하던 캐피털사들은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아주캐피탈은 주택소유자를 대상으로 담보와 서류제출이 필요없이 공인인증만으로 대출가능한‘아주 편한 주택신용대출'’을 출시했으며, 자영업자를 위한 생계형 트럭 할부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KB캐피탈은 다소 생소한 고가의 악기 할부대출과 농기계할부대출을 시작했다. 또 KB캐피탈은 계열사인 KB국민카드와 협업해 라오스 할부금융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아울러 캐피탈사들은 네가티브제 전환으로 규제가 대폭 풀린 부수업무애도 기대를 걸고 있다. 카드사들의 주무대인 여행상품알선, 통신판매, 보험상품 대리판매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고, 복합할부 상품을 대신할 수 있는 자동차 금융상품 개발도 진행 중이다.
캐피털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카드사들과의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는 있지만 시장 규모도 작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