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칼럼]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입력 2015-10-2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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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전 국무총리

10월 15일 한국은행이 올해의 경제성장률을 지난 7월 예측한 2.8%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올 1월에 전망했던 3.4%를 고려하면 경제 환경이 당분간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내년도 경제성장률 또한 한국은행은 3.2%로 발표했지만 많은 민간경제연구소는 2%대로 전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금융위기의 세 번째 파도가 오고 있다고 분석할 정도로 내년도 대내외 경제 환경이 좋지 않아 수출 부진과 지속적인 가처분소득의 증대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2012년, 2013년 2년 연속 2%대 성장에 그치다 2014년에 반짝 3%대를 기록했다. 만약 내년에 다시 2%대 성장률에 그친다면 저성장이 고착화될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지금은 어느 때보다 정부, 정치권, 기업, 근로자 등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의 합치된 협력이 필요한 시기다.

그런데도 정부는 통합이 아니라 국론 분열만 조장할 것이 명백한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과연 이 정부가 서민가계의 안정과 경기활성화에 대한 정책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정부와 여당은 국정교과서 추진을 중단하고 철회해야 한다. 경제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정부와 여당이 국정교과서의 추진을 중단하고 철회해야 할 이유는 많다. 그중 두 가지만 짚겠다.

먼저 역사에 절대적인 하나의 ‘진실’은 없다는 점이다. 역사가에 의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뿐이다. 역사학자 E.H 카는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유엔 또한 “단일 역사교과서는 정치적으로 이용될 위험이 크다”고 규정하고, “역사에서 단 한 개의 사실만 존재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국정교과서를 채택한 나라에 시정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이 여러 역사 해석 중 한 가지만을 ‘올바른 역사’라고 주장하며 학생들에게 가르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민주주의의 보편가치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두 번째는 국격(國格)의 문제다. OECD 34개 국가 중 국정교과서를 채택하는 나라는 그리스, 터키, 아이슬란드 3개국뿐이다. 나머지는 북한, 베트남, 몽골, 스리랑카 등 12개국 정도가 채택하고 있다. 나라 면면을 보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금 국정교과서 정책은 전 세계 언론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국정교과서 추진은 우리 스스로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다. 왜 세계 흐름에 역행하고 사리에도 맞지 않는 정책으로 ‘글로벌 망신’을 자초하는가? 국정교과서 추진은 우리나라의 후진성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메이드 인 코리아’의 브랜드 가치도 떨어뜨릴 것이다.

역사 해석이 하나라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다. ‘역사 해석의 전지전능한 눈’을 갖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난 역사는, 역사를 독점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하고, 설령 성공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오래지 않아 인류의 보편의 인식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회복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최고 정책결정권자는 권력의 사유화 대신 인류 발전의 보편적 인식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그것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동력이고 현명한 방법이다.

지금 국정을 책임진 정부와 여당이 할 일은 우리 경제가 저성장 체제로 고착화하는 것을 막고, 서민가계가 안정되도록 하는 것이다. 나아가 청년실업, 가계부채, 양극화 등 우리 사회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금 당장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국사교과서의 국정화 추진을 철회하고 서민가계 안정과 경기활성화에 ‘올인’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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