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거의 10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먹구름이 끼게 됐다고 21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지난 19일 치러진 총선에서 중도좌파인 제3당 자유당은 과반수 의석을 획득하는 압승을 거뒀다. 4기 집권을 목표로 한 스티븐 하퍼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이 패배하고 쥐스탱 트뤼도 자유당 당수가 새 총리에 취임하게 된 것이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자유당이 과반 의석인 170석을 훨씬 넘는 184석을 확보했으며 보수당이 99석, 이전 최대 야당이던 신민주당이 44석을 각각 얻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날 트뤼도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다.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두 사람은 TPP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된 것을 언급하면서 경제성장과 고용확대를 촉진하기 위해 TPP를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나 트뤼도와 자유당은 선거 기간 의회에서 TPP 합의 내용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TPP는 원칙적으로 지지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용을 자세하게 살펴보겠다는 태도인 것이다. 이에 캐나다 의회에서 TPP 비준이 늦어질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트뤼도는 지난 5일 성명에서 “TPP는 무역장벽을 제거해 캐나다 자유무역을 널리 확대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하퍼 정부의 협상에는 투명성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유당 집권 후 철저하고 개방적인 공개토론을 의회에서 실시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미국도 의회 비준이 만만치 않다. 유력한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지난 7일 “현재 시점에서 TPP는 내가 정한 높은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 찬성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민주당 내 TPP 반대파에 힘을 실었다. TPP에 찬성하는 공화당도 바이오 의약품의 특허보호기간이 짧아진 것에 반발하고 있다.
규정상 TPP는 12개 회원국 중 국내총생산(GDP) 합계가 전체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6개국이 의회 비준을 통과하면 발효가 된다는 규정이 있다. 캐나다는 TPP 전체 GDP의 약 7%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캐나다 절차가 지연돼도 다른 나라가 순조롭다면 TPP가 발효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중 하나라도 의회 장벽을 넘지 못하면 TPP가 이뤄질 수 없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