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무량수전에 기대서서 고하노니

입력 2015-10-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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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산하에서 풍기는 만산홍엽의 냄새가 코앞까지 밀고 들어온다. 딱딱했진 가슴마저 말랑말랑 하게 기어이 무장해제 시키며 그리움에 불을 지핀다. 화려한 계절에 깃든 가슴 한구석의 먹먹함은 들뜸이 아니라 고요함이다. 그 고요함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야 말로 그리움을 찾아가는 여행일지니. 울긋불긋 화려함이 아닌 정갈한 노오란 색이 객을 맞이하고 그저 자연풍광을 있는 그대로 내어주는 부석사. 그 부석사야말로 이 가을이 제격이다. 부석사 무량수전에 기대서서 고하노니 그리움이 목까지 차 오른 그대여, 훌쩍 떠나라. 떠나보면 진정 그대가 그리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지어니.

 

 

 

 

   너와 걷고 싶은 부석사 은행나무 길

이정표가 부석사를 가리키면 그때부터 가로수는 전부 은행나무다. 어느 계절 모두 좋지만 가을이 가장 멋스러울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만큼 부석사는 노란 가을로 유명하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천왕문까지 약 1km 남짓에 늘어선 노란 은행나무를 보는 순간 도로변의 은행나무 따위는 예고편이었음을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알게 된다. 그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노란색으로 물들 것 같았다. 설령 노란색을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이 길을 걷는 순간만은 노란색과 사랑에 빠진다. 다 잊은 줄 알았다. 다 잊고 사는 줄 알았다. 가슴은 터질 듯 설렜고 그 설렘이 대못이 되어 가슴이 시렸던 그때, 그리고 그 사람. 가슴 한구석의 먹먹함과 헛헛함은 어느새 다시 희망의 노란 리본이 매어지고 있었다. 내가 다시 이 길을 걷는다면 그땐 꼭 너와 함께, 너와 함께 이 길을 걷고 싶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부석사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된 부석사는 1,300여 년이 넘는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노란 은행나무 길을 걸어 천왕문을 들어서면 여느 절집과 다른 구조에 잠시 당황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소백산과 마주보고 있는 봉화산 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당황한 것도 잠시 고개를 치켜들고 저 멀리 가장 높은 곳에 앉은 무량수전과 눈이 마주쳤다. 부석사에서 가장 유명한 무량수전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서둔다. 9단계를 착한 공덕을 쌓고 수행하면 극락세계에 환생한다는 무량수전에 이르는 길은 특별했다. 범종루와 안양루를 지날라치면 자연스레 머리를 숙이고 몸을 낮추도록 지어졌으니 절로 몸도 마음도 진지해진다.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곳의 한 걸음이 결코 가벼울 수 없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자 가장 많은 국보와 보물을 가지고 있는 부석사지만 그 유명세에 비해 소박해도 너무 소박하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라고 했겠다. 아! 이래서 내로라하는 지식인들이 너나없이 앞 다투어 부석사에 찬사를 보내는 것이었구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 서보니

한 걸음, 한 걸음 조금씩 높아지며 어느새 무량수전에 도착했다. 가운데 부분이 불록하게 튀어나온 배흘림기둥을 보니 왠지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숱하게 봐온 책제목 덕분이리라. 무량수전 안에 모셔진 국보인 소조여래좌상을 비롯해 국보급 문화재를 둘러보고 난 뒤 무량수전 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보기에는 좀 크다는 것 외에 평범해 보이는 돌 서 너 개가 바로  부석사의 이름이 된  ‘뜬 돌[浮石]‘이다. 이곳에는 전설이 전해지는데 의상대사를 흠모하던 선묘낭자가 바다에 몸을 던져 용으로 변신 후 의상대사를 지켰다고 한다. 이후 부석사를 창건할 때 이교도들이 반대하자 용이 바위로 변해 바위를 공중으로 들어 올려 물리쳤다해 ’부석‘이란 이름이 유래됐다. 다시 무량수전으로 돌아와 배흘림기둥에 기대섰다. 故 최순우 선생이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느낀 사무치는 고마움이 어떤 것이 몹시도 궁금했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고개를 들고 비로소 바라보는 소백산 능선.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자연이 그려낸 한 폭의 진경산수화는 또 다른 그리움을 칠하고 있었다.

 

 

TIp. 부석사 관광안내소에서는 문화 해설사가 상주하며 부석사와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사전 예약필수이며 예약 및 접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5시까지다. 예약 및 문의 054-639-5849. 영주는 사과재배에 안성맞춤인 기후와 일조량이 있어 사과가 매우 유명하다. 해마다 가을이면 부석사 앞마당에서 사과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11월 1일까지 2015년 영주사과축제가 열린다. 

 

 

 

부석사 주소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45 전화번호 054-663-3464입장료 어른 1,2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800원 홈페이지 http://www.pusoks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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