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국민의 종잣돈을 관리하는 곳이다. 현재는 500조원의 자금을 굴리고 있고 향후에는 1000조원까지도 늘어날 전망이다. 오직 국민을 위한 업무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인선을 둘러싼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 모두에게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보고 세간은 ‘국민연금은 든든한 정치 배경이 있는 자들이 차지하는 곳’이라고 인식할 것이 아닌가.
최 이사장은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부산고ㆍ위스콘신대 동문이다. 홍 본부장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구고 동기 동창이다. 이번 인사 잡음으로 국민은 두 사람의 성과보다는 이 같은 정치배경만 기억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은 동반 사퇴해야 한다. 최 이사장의 발언은 국민연금 사외이사,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가 느끼는 온도 차이가 크다. ‘책임지겠다’와 ‘사퇴 안 한다’라는 극과 극을 오가는 형국이다. 어떠한 사태가 벌어지면 낮과 밤에 느끼는 감정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의 발언이 달라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최 이사장이 표현 수위를 바꿔가며 언론 인터뷰에 나서는 것도 한 기관의 수장이 할 처신은 아니다.
홍 본부장의 연임 욕심도 이번 사태의 원인이다. 최 이사장은 “어느 누군지는 모르지만 (홍 본부장의 연임을) 정해놓고 있었다”고 밝혔다. 연임을 위한 홍 본부장의 전방위 로비가 있었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앞으로도 문제다. 두 사람의 동반사퇴로 가닥이 잡혀도 후임 인선까지의 업무 공백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기금운용본부는 하루에도 수차례 투자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결국 자리 욕심이 빚은 참사로 애꿎은 국민만 피해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