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제약사 밸리언트 분식회계 의혹 파문…‘제2의 엔론사태’로 번지나

입력 2015-10-22 09:11 수정 2015-10-2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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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관계 회사 이용 매출 부풀렸다는 주장 나와…밸리언트 주가 19% 폭락·뉴욕증시도 하락

캐나다 최대의 제약업체 밸리언트 파머슈티컬 인터내셔널이 분식회계 의혹에 휩싸이면서 2000년대초 시장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엔론 사태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월가 공매도 전문 리서치업체 시트론 리서치는 밸리언트가 특수관계에 있는 약국체인업체 필리도RX서비스를 이용해 매출을 부풀렸다는 주장을 내놓았다고 2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시트론에 따르면 매출은 공급한 약품이 실제로 판매된 후에야 발생하는데 밸리언트는 필리도에 납품만 한 뒤 매출이 일어난 것처럼 회계서류를 허위로 꾸몄다. 약품이 필리도의 재고창고에 있는 상황임에도 팔린 것으로 기록했다는 것이다. 시트론은 분식회계 스캔들로 파산한 엔론을 거론하면서 “밸리언트는 제약업계의 ‘엔론’과 같다. 둘 사이의 유사점은 무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밸리언트는 파문이 커지자 즉각 반박 성명을 내놓았다. 회사는 “시트론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우리는 필리도에 납품한 약품이 실제 환자에게 투약돼야 매출로 반영한다. 오히려 일반적인 도매채널에 납품했을 때보다 매출이 늦게 잡힌다”고 강조했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은 이날 밸리언트를 믿는다며 회사 주식 200만주를 추가로 인수했다. 그가 이끄는 퍼싱스퀘어는 밸리언트의 최대 주주 중 한 곳이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다. 시트론은 다른 제약유통업체인 R&O파머시를 거론하면서 “필리도와 R&O는 연락처가 같고 웹사이트도 비슷해 사실상 같은 회사”라며 “이는 밸리언트가 회계 부정을 숨기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R&O는 최근 밸리언트로부터 약품 대금 6900만 달러(약 787억원) 이상을 지급하라는 요구를 받자 우리는 그런 인보이스를 받은 적이 없다며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다른 리서치업체 서던인베스티게이티브리포팅재단(SIRF)도 지난 19일 밸리언트와 필리도의 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고서를 냈다. 당시 밸리언트의 마이클 피어슨 최고경영자(CEO)는 이에 대해 “우리는 필리도를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시트론이 제기한 R&O 의혹과 관련해 회사는 “R&O는 필리도에 물류 등 일부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연락처가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식회계 의혹 파문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밸리언트의 주가는 이날 장중 최대 40%까지 폭락했다가 회사의 해명과 빌 애크먼의 지분 추가로 낙폭을 줄였다. 그럼에도 19.17% 폭락세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뉴욕증시도 밸리언트 스캔들에 직격탄을 맞았다. 헬스케어 관련주가 동반 하락하면서 지수 전반을 끌어내렸다. 다우지수가 0.28%, S&P500지수가 0.58% 각각 하락했고 나스닥지수가 0.84% 빠졌다.

미국 제약업계는 최근 의약품을 통해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이 고조된 가운데 밸리언트의 분식회계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하원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지난달 말 밸리언트에 심장약 2종 가격을 급격히 올린 이유에 대한 해명서 제출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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