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0월 22일 十日之菊(십일지국) 제때가 지나 이미 소용이 없게 됨

입력 2015-10-22 16:09 수정 2015-10-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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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만당(晩唐)의 시인 정곡(鄭谷·851?~910?)은 ‘십일국(十日菊)’에서 국화를 이렇게 노래했다. “철이 지나매 벌은 시름하고 나비는 모르는데/새벽 뜰을 돌아다니며 남은 가지를 꺾네/오늘이 어제와 다르다는 분별 때문이지만/가을 향기가 하룻밤 새에 꼭 줄어들진 않는다오”[節去蜂愁蝶不知 曉庭還繞折殘枝 自緣今日人心別 未必秋香一夜衰]

국화는 음력 9월 9일 중양절 때가 가장 좋은데, 하루 지나서 10일이 되면 벌써 다르다는 말이 있다. 그게 십일지국(十日之菊)이다. “9월 10일의 국화꽃이요 5월 6일의 창포로다”[十日之菊 六日菖蒲]라는 말도 있다. 창포도 5월 5일 단오 때가 제일 좋은데 하루 지나니 그 기색이 다르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곡이 말한 것처럼 가을 향기가 어디 그렇게 하루 사이에 없어지던가? 서거정(徐居正·1420~1488)은 ‘십일국’에서 이렇게 읊었다. “어제 머리에 꽂은 국화 아직 시들지 않아/오늘 아침 술잔에 먼저 비친 게 반가워라/어찌 하룻밤 새에 가을 향기가 줄어들랴/수다한 벌 나비만 잘못 스스로 시름하네.”[昨日簪頭尙不羞 今朝杯面喜先浮 何曾一夜秋香減 蜂蝶紛紛枉自愁]

고려 때의 학자 가정(稼亭) 이곡(李穀·1298~1351)의 시는 더 적극적이다. “중추절도 열엿새 밤이/달빛 더욱 밝지 않던가/중양절 하루 지난 오늘/국화 향기 여전해라/세속은 유행에 부화뇌동하여/명절만 지나면 다들 관심 없지만/나는 유독 청초한 이 꽃을 사랑하노니/만년의 절조를 지킴이 꼭 마음에 들어/바람결에 몇 번이나 향내 맡고도 싶다마는/주위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겁나니/차라리 술잔 위에 꽃잎을 띄워/곤드레만드레 황혼녘까지 함께하리라.”[中秋十六夜 月色更輝輝 重陽十日菊 餘香故依依 世俗尙雷同 時過非所希 獨憐此粲者 晩節莫我違 臨風欲三嗅 又恐旁人非 不如泛美酒 昏昏到夕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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