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 직원들이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화투자증권에 들이닥쳤다. 시장감시국은 한화 직원들이 컴퓨터 서버에 접근을 못하도록 담당 부서 직원의 컴퓨터를 봉인조치 하는 등 현장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감시국이 이날 현장조사를 진행한 이유는 한화투자증권이 전산 장비를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에스앤씨로부터 ‘통행료’를 내가며 비싸게 샀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같이 시장감시국은 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명하기 위해 직접 기업에 방문해 현장조사를 진행한다. 올해만 해도 부당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하이트진로, 시장지배력 남용 의혹이 있는 다음 카카오 등 전방위적으로 현장조사를 벌였다.
기업들에게 저승사자 역할이나 다름 없는 시장감시국은 올해 초 베테랑 인력을 충원하며 조직을 개편했다. 대기업 전담조직 설립을 추진했지만 재계의 반대와 부처 간 이견에 가로막혀 무산됨에 따라 시장감시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앞서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출입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상대팀이 막강한 인력으로 인력을 짜고 대비하는 데 우리가 장님 문고리 만지듯 일에 서툰 선수가 가면 되겠느냐”면서 베테랑 중심의 인력 재편을 예고했다.
실제 시장감시국에 새로 합류한 인원은 국제 항공사 간 이뤄진 카르텔 행위를 조사해 ‘이달의 공정인’에 선정되는 등 에이스들이 대거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감시국은 △시장감시총괄과 △서비스업감시과 △제조업감시과 등 3개과로 이뤄졌다. 시장감시총괄과의 주요 업무는 금융, 에너지(석유정제, 전기, 가스, 수도) 분야에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불공정 거래 행위,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을 감시하는 역할이다.
서비스업 감시과는 교육서비스, 정보통신, 방송, 건설 등 분야의 시장지배적 남용행위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서비스업 감시과는 지난해 CJ CGV와 롯데시네마 등 대형 배급사가 계열 배급사에 차별적으로 스크린을 제공한 것에 대해 제재하기도 했다.
제조업감시과는 보건의료, 광업, 컴퓨터 및 전자제품, 자동차 등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와 불공정 거래 행위를 감시하고 시정한다.
시장감시국의 동향은 기업들에게 촉각의 대상이기도 하다. 지난 2월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된 이후 시장감시국이 조사에 착수하면서 대기업들이 비상에 걸린 것이다. 실제 제조업감시과는 일감몰아주기의 첫 조사대상으로 한진그룹 ‘싸이버 스카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퀄컴과 오러클 등 글로벌 IT업체에 대해 칼날을 겨누고 있다. 신영선 사무처장을 필두로 송상민 시장감시국장, 시장감시국 직원을 주축으로 한 별도의 ICT 전담팀을 꾸려 오러클의 제품 끼워팔기와 특허권 남용이 제기된 퀄컴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