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에서 최상위 성적을 기록한 엘리트가 모인다는 기획재정부 직원들이 해외연수 보고서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기재부는 인사위원회 보고는 커녕 제대로 진상조사 조차 하지 않고 있다. 공무원들의 해외연수와 출장에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만큼 철저한 조사와 징계는 물론 재발 방지대책이 마련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국회 및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0년간 국내외 교육연수를 다녀온 기재부 공무원 136명 중 95명의 결과 보고서가 표절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자체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인사위원회에 보고 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해외연수 직무보고서에 대한 표절 가이드라인 등에 대한 논의도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동일한 지적을 받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바로 시정하겠다고 국회에 답변한 국세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박광온 의원은 “보고서 표절 의혹이 제기된 95명의 공무원에게 지원된 국가예산은 총 60억2126만원으로 1인당 평균 6300여만원”이라며 "표절 의혹의 대부분은 5급 이상 ‘간부직 공무원’으로 전체 표절의 82%나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인사혁신처는 국내외 교육연수와 관련해 각 정부부처에 훈련보고서 제출시‘표절, 인용에 대한 엄격한 관리’를 지침으로 내렸고, 각 부처는 자체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심의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기재부는 교육훈련심의위원회를 구성했지만, 2008년 부터 최근까지 운영 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그 이전에 운영했던 심의위원회에서는 표절 의혹과 관련해 어떠한 발견과 조치도 없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해외 연수 직무훈련 보고서는 ‘학위과정’이 아닐뿐더러, 해외연수에서 보고 느낀 정책적 시사점이나 현장경험을 써서 제출하는 것이므로 중복성이 있을 수 밖에 없고 표절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인사과 관계자는 “국회에서 지적된 사항을 자체 조사한 결과, 학위 논문이 표절된 사례는 없었다”며 “직무훈련 결과보고서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인용된 부분이 있는지 조사 중이다”라고 말했다.
직무훈련 보고서는 인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에 대해 박광온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공무원들의 결과보고서를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학술단체연합회의 가이드라인과 표절검사 시스템을 통해 전수 조사한 결과, 참고문헌이나 법령 인용 등을 전부 제외하고 한 문장에 6단어 이상 일치한 것을 표절로 분류하는 등 가장 엄격하고 보수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국가재정을 편성하고 운영하는 기재부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박엘리 기자 el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