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의 거래 과정에서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매출액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재천(59) 코스틸 회장이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이동근 부장판사)는 2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채무를 변제하고 코스틸의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만드려고 다짐한 점 등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요소"라면서도 "허위회계와 가공거래 등 수법이 불량한 점, 증거인멸을 시도한 점, 회삿돈을 개인계좌 인출하듯 손쉽게 거래해 주주와 채권자들, 더 나아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 회장의 횡령 금액이 많다면서도 변제 등의 방법으로 상당부분의 피해가 회복된 점, 박 회장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통상 검찰 구형량보다 선고형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재판부의 엄벌 의지가 강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다만 박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보석을 취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7월 박 회장이 뇌경색 등을 이유로 쓰러져 병원치료를 받게 되자 보석 신청을 허가했다.
이날 선고 직후 박 회장과 변호인, 코스틸 직원들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듣고 한참동안 말 없이 법정을 떠나지 못했다.
박 회장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포스코와 철강 중간재를 거래하는 과정에서 거래대금과 매출기록 등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135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 6월 구속 기소됐다. 재경 포항고 동문회장을 지낸 박 회장은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비롯해 이명박 정부의 핵심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