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년 새 기준금리를 6차례나 인하하며 추가 경기둔화를 막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3일(현지시간) 아시아 주식시장 마감 이후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했다.
기준금리 가운데 1년 만기 예금금리는 종전의 1.75%에서 1.50%로, 1년 만기 대출금리는 4.60%에서 4.35%로 각각 0.25%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기업의 대출 접근성을 늘려 기업 실적하락과 일자리 감소를 막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설명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이후 6번째 금리인하를 시행했고, 1년 동안 대출금리(1년 만기)를 6%에서 4.35%로 무려 1.65%포인트나 낮췄다. 이런 파격적인 금리인하 추진은 올해부터 뚜렷하게 나타난 성장둔화ㆍ경기침체를 막고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확실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인민은행은 모든 시중은행에 대한 지준율도 종전보다 0.5%포인트 인하했다. 이 중 농업 및 중소기업에 대출을 많이 하는 일부 은행에 대해서는 지준율을 추가로 0.5%포인트 더 낮췄다. 이에 대형은행 지준율은 17.5%로 낮아지게 됐다. 지준율을 전반적으로 인하한 것은 올 들어 4번째다. 인민은행은 금리자유화의 목적으로 상업은행과 농촌 합작금융에 대한 예금금리 상한선도 철폐한다고 밝혔다. 금리와 지준율 인하 등 새 조치는 24일부터 적용된다.
인민은행은 “중국 경제성장에 여전히 하방 압력이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통화정책 운영수단을 먼저 조정할 필요성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또 “통화완화정책이 중국 경제 회복을 이끌고 정부 재정지출을 보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국은 경기둔화가 기업부도, 실업자 양산, 증시하락 등을 부추겨 사회적 불안을 일으키는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이날 공산당 중앙당교 강연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는 “중국 정부가 위험 회피 방안으로 통화 정책을 합리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기준금리와 지준율을 하향 조정해 경제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번 금리인하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번 인민은행의 조치에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 이후 4일 만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중국 정부가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심하고 경제성장에 대한 간절함이 크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9일 발표된 중국 3분기 GDP 성장률은 지난 2009년 1분기 이후 6년 반 만에 최저치인 6.9%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7%도 붕괴됐다.
루정웨이 싱예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약화와 예상보다 강한 디플레이션 압박이 성장둔화를 촉진시켰다”며 “최근 공급된 유동성은 경기둔화세를 막아내기에 역부족이었다”고 전했다. 중국 지도부는 ‘신창타이(뉴노멀)’를 통해 소비, 서비스업을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그 효과는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하 시행이 단기적으로 중국 경기를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되겠으나 전반적인 중국 경기 하락세를 상승세로 전환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피터 카르딜로 로크웰글로벌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의 이번 금리인하는 단기적으로 긍정적”이라며 “중국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로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으나 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중국 경제가 더 약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타워브릿지어드바이저 대표는 “중국의 이번 조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측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이는 더욱 많은 물음표를 갖게 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추가 기준금리와 지준율 인하를 통화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론 코힐 BMO캐피탈마켓 금리전략가는 “인민은행의 이번 움직임은 앞으로 추가 조치가 있다는 것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둥량 자오샹은행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이 내년에 유동성 확대를 위한 통화정책은 1년 만기 기준금리를 1%포인트 넘게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