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끝나지 않은 해양플랜트 악몽… ‘미청구 공사대금 17조’ 어쩌나

입력 2015-10-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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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실적개선 걸림돌 우려

올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계 빅3의 실적이 말 그대로 추풍낙엽(秋風落葉)이다. 해양플랜트 악재가 이어지면서 이들 조선 3사의 손실이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해양플랜트 악재는 올해 말까지 이들 3사를 괴롭힐 것으로 보이며, 내년부터 점차적인 실적 개선이 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잦은 설계 변경과 이에 따른 공기 지연 등 구조적인 적자 요인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 손실 모두 털었다?… 구조적 문제 여전 = 올해 조선업계 사상 최악의 적자는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선주의 체인지 오더(Change Order·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추가 정산)에 따른 인도 지연 여파가 손실로 직결된 결과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분기에 1조1000억원, 3분기에 1조9000억원의 해양플랜트 손실을 반영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에 5000억원, 올해 2분기에 1조5000억원을 털었다. 대우조선은 올해 2분기에만 3조여원의 손실을 추가했다.

3분기까지 4조300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대우조선해양은 모든 해양플랜트 손실을 털어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주한 해양플랜트 물량은 2017년 상반기까지 건조가 마무리되지만, 최근 수주한 프로젝트는 과거 관리력이 미흡했던 시절 수주분과 다르다”며 “3분기 이후 대규모 손실이 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 역시 “저가 수주 물량이 점차 해소되면서 공정이 안정화되고 있고, 해양플랜트 부문도 현 시점에서 인식할 수 있는 손실을 모두 반영했다”며 “전기전자, 엔진 등 다른 사업분야에서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4분기는 실적 개선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해양플랜트 부문 실적 부진이 당분간 조선업계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회의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유가가 여전히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있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들의 발주 움직임은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해양플랜트 사업의 대규모 적자에는 저가수주, 잦은 설계 변경과 이에 따른 공사지연, 기자재 가격 상승 등이 주 요인으로, 적자 자체보다 앞으로 이 같은 문제가 분기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조선업계 빅3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의 만회를 위한 중재절차에 들어간 이유가 이를 방증한다. 해양플랜트 손실 보전 중재신청은 국내 조선업체들이 손해를 전적으로 감수하는 불합리한 계약 내용이 원인이 됐다.

◇국내 조선 수주잔량 글로벌 톱… 미청구 공사 부담은 여전 = 시장에서는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선박 수주잔량 부문에서 전 세계 1~5위를 휩쓸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는 상황을 놓고, 그나마 위안을 삼는 분위기다. 해양플랜트 악재와 경영 부실로 올해 조 단위 적자를 내고 있으나, 막대한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수익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수주 잔량은 지난달 말 기준 131척, 85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132척)로 세계 조선소 가운데 가장 많았다. 수주잔량 2위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513만CGT, 105척), 3위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501만CGT, 88척), 4위와 5위는 현대중공업그룹 형제인 현대삼호중공업(399만CGT, 90척)과 현대미포조선(289만CGT, 129척)이다.

문제는 지난달 수주 잔량 기준으로 중국 조선소 70곳이 전 세계 150위 내에 포진했다는 점이다. 조선업을 주도하는 한국의 빅5만 빼면 사실상 중국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다.

여기에 바로 공사했으면서도 받지 못한 미청구 공사대금도 조선업계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미청구 공사는 발주처로부터 받아야 하지만, 시공사가 아직 요구하지 못한 돈이다. 통상 시공사가 추정한 공사 진행률과 발주처가 인정한 진행률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미청구 공사 규모로 인해 향후 부실 가능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시장 관계자는 “조선업과 같은 수주산업의 회계는 진행기준을 통해 계산된다”면서 “공사를 수주하거나 완료했을 경우가 아니라 공사 진행률과 계약에 맞춰 매출로 인식해 대손충당금을 쌓지 않기 때문에 돈을 떼일 경우, 전액 손실 처리돼 충격이 크다”고 지적했다.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우리 조선업계 빅3의 미청구 공사대금은 17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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