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뮤지컬이 대세!?

입력 2015-10-2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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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한국뮤지컬산업연구소 소장·창작뮤지컬 프로듀서

뮤지컬이 대세다. 그 본질은 대중종합 예술임에도 관람료가 비싸 대중들에게 문턱이 높았던 뮤지컬이 최근 대중들의 생활 속으로 다양한 형태로 파고든다. 각 지자체 자치구 문화센터에 주부뮤지컬교실, 실버뮤지컬단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이미 익숙하고 최근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성 교육 모델로 뮤지컬이 각광이다.

유한킴벌리는 뮤지컬 형식의 청소년 성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했는데 기업의 사회공헌으로 더 없는 모양새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을 뮤지컬 UCC로 확산했는데 학교 전담 경찰관이 직접 학교폭력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역할을 맡아 춤과 노래를 연기하는 투혼을 발휘한다. 서울 성북구는 지난해부터 구민들에게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수단으로 창작뮤지컬을 직접 제작해 보건소에서 무료 공연해 왔고, 서울 중구는 어린이들에게 교통안전 뮤지컬 ‘노노이야기’를 선사하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중소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 개선을 위한 행보로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대본 창작에 참여하는 뮤지컬 체험 특강을 실시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또한 금융교육 뮤지컬을 만들어 어린이들의 의식을 공략한다. 교육청은 이미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찾아가는 뮤지컬 공연’에 맡긴 지 꽤 되었다.

하지만 뮤지컬은 연극, 무용, 음악 등 타 장르에 비해 제작이 용이하지 않다. 앞서 열거한 모든 예술 장르가 협력이 되어야만 뮤지컬이 만들어지고, 대본과 음악의 철저한 화학적 결합이 절대적인 조건이다. 또 몇 단계를 거치는 협업 제작 구조가 필요하고 그에 필요한 기간과 비용이 길고 크다. 그리고 한국 상황에서는 뮤지컬 전문 창작자와 스태프가 극히 부족한 점도 힘든 제작 여건의 큰 몫이다. 게다가 뮤지컬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대극장이 밀집해 있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된 특수시장 구조이다 보니 한국도 그동안 서울만이 뮤지컬 생산지이고 소비시장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각 지역, 그것도 지자체가 직접 그 지역의 대표적인 역사와 인물을 소재로 대형 창작뮤지컬을 경쟁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수원시의 ‘화성에서 꿈꾸다’, 대구의 ‘투란도트’, 안동의 ‘왕의 나라’, ‘부용지애’가 대표적인데 최근에 울산이 한글학자인 외솔 최현배 선생의 일대기를 장기간 뮤지컬로 완성해 왔고, 경주문화재단은 경주가 낳은 천재 시인 최치원의 일대기를 1년 이상 계획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대구 수성아트피아는 공연장이 직접 창작뮤지컬을 제작하고 있다.

이제는 전국에서 가장 친밀하고 쉽게 접하는 예술 장르가 뮤지컬인 듯하다. 그러나 창작뮤지컬의 완성은 쉽고 친밀하지 않다. 여러 장르의 예술적 요소가 결합되어 종합적인 볼거리를 제공하다 보니 제작비가 기본적으로 10억원 이상이 소요되며, 대극장 규모인 경우 30억원에서 50억원까지 드는데 지역의 대형 창작뮤지컬 평균 제작비는 3억원 내외다. 물론 비싼 배우 개런티나 비싼 공연장 대관료가 빠진 비용이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뮤지컬의 중심 시장인 서울과 경쟁할 수 있는 뮤지컬 콘텐츠를 완성하기에는 상대 비교가 어려운 규모다. 그리고 한국 전체를 통틀어 뮤지컬 장르의 특성과 문법을 꿰뚫고 제작 경험을 풍부히 갖춘 전문가가 극소수인데 뮤지컬 관련 인프라가 전무한 지역에서 지역의 인력으로만 창작뮤지컬 제작을 해결하기에도 역부족이다.

뮤지컬은 흔히들 롱런 비즈니스라고 한다. 세계적인 뮤지컬들의 공통점은 10년 이상 장수한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수익모델을 만든 모든 유명 뮤지컬은 제작 초기의 과감한 투자와 몇 년간의 수정 보완 과정을 거쳐 그 인내의 열매로 흥행 불패의 성공스토리를 만들었다.

뮤지컬이 전 국민의 생활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이제는 지역 창작뮤지컬 중에서도 한국의 대표적인 흥행 뮤지컬, 장수하는 성공 뮤지컬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를 향한 과감한 투자와 전국적인 뮤지컬 전문가를 향한 과감한 오픈 마인드가 제1의 제작 요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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