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를 번복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사과문 발표와 교재 구입 등의 경제적인 보상에 그친 농협은행의 대처가 다소 안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 28일 6급직 채용 서류전형 합격자를 통보하는 과정에서 불합격한 1990명에게 합격을 통보한 뒤 이를 정정하는 등 서류 합격 발표 과정에서 혼선을 빚었다.
애초에 농협은행은 서류 합격자 2478명의 명단을 서류접수 대행업체인 인크루트에 전달했다. 인크루트는 이를 통보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작업 실수로 불합격자 1990명을 포함, 총 4400명이 넘는 지원자에게 합격을 통보했다.
인크루트는 합격자의 수험 정보를 합격 여부 데이터베이스에 입력, 이 과정에서 불합격자인 1990명의 수험번호 정보가 누락되면서 해당 지원자들이 전부 합격자로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합격자에게 합격통보가 이뤄진 사실을 파악한 인크루트는 바로 해당 사이트를 폐쇄한 후 같은 날 오후 8시 새롭게 합격자를 발표했다.
그러나 인크루트만의 잘못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금융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채용 절차를 외부 업체에 위탁한다해도 은행 내의 담당부서가 수시로 절차를 확인한다"며 "서류 합격자 명단을 외부에 전달할 때 내부통제시스템상 은행이 컨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농협은행은 불합격 통보를 받은 지원자 중 합격인 줄 알고 필기시험 문제집을 사거나 인터넷 강의를 신청한 경우는 소정의 절차를 거쳐 피해액 전액을 보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A은행 관계자는 “채용대행업체의 잘못이건 아니건 간에 총체적인 관리 감독의 책임은 해당 과정을 일임한 은행 기관의 잘못이 1차적”이라면서 “전체 합격자 비율을 늘리거나 다음 전형 절차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실질적인 보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우는 다르지만 전체 응시생에게 다음 전형 절차의 기회를 제공한 실례도 있다.
지난 19일 진행된 신보 신입사원 채용 온라인 평가에서 답안이 제출되지 않거나 응시 문제가 미뤄지는 등 전산오류가 일부 발생했다. 당시에도 해당 시스템을 대행한 인크루트의 시스템 오류가 인으로 지적됐다.
전산오류로 불편함을 겪은 60여명의 응시생이 신보에 민원을 제기, 결국 신보는 온라인 평가에 응시한 8000명 전원에게 2차 전형인 필기시험의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신보 관계자는 “단 한 사람도 억울해지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게 신보의 방침”이라면서 “여러 가지 대책을 논의한 결과, 모든 응시생에게 오는 31일 진행되는 필기시험 기회를 주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B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잘못이 크기 때문에 불합격자에게도 면접의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해보인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이 경우 기존 서류 합격자가 반발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 합격자수를 비율대로 늘려줘야 한다"며 "은행에 부담이 될수도 있지만 애초 잘못은 은행에 있었기 때문에 청년 실업 해소 차원에서도 면접의 기회를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