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1월 1일 肅殺之氣(숙살지기) 만물을 죽이는 늦가을의 기운

입력 2015-11-0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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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날씨가 일변했다. 지난주 말부터 겨울로 직행할 듯 수은주가 뚝 떨어졌다. 기온이 다시 오른다 해도 한번 꺾인 기상은 회복하기 어려우리라.

가을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옛날엔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 맹추(孟秋) 중추(仲秋) 계추(季秋) 석 달 같다고 했다. 몹시 기다려지는 일이나 지루한 기분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은 반대로 삼추가 여일각이라고 해야 할 만큼 가을이 짧아졌다. 일각은 15분쯤 되는 시간이다.

송(宋)의 장뢰(張耒·1054~1114)는 ‘송진소장서(送秦少章序)’에 이렇게 썼다. “계추의 달에는 천지에 숙살(肅殺)의 기운이 돌기 시작해 찬 기운이 오려 한다. 이러한 때 천지 사이에 무릇 봄, 여름의 비와 이슬로 자라난 것들이 화사하고 윤택하며 가지와 나무가 아름답고 무성하다가 된서리가 밤에 내린 뒤 아침에 일어나 보면 전쟁에서 패한 군사와 같다.”[季秋之月 天地始肅 寒氣欲至 方是時 天地之間 凡植物出於春夏雨露之餘 華澤充溢 支節美茂 及繁霜夜零 旦起而視之 如戰敗之軍]

숙살은 냉혹하게 죽인다는 뜻인데, 가을이 오면 만물이 시들어 죽어가므로 가을 기운을 숙살지기(肅殺之氣)라 한다. 구양수(歐陽脩)는 ‘추성부(秋聲賦)’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을은 형관(刑官)이니 사시에 음(陰)이 되고 또 병상(兵象)이다. 오행으로 금(金)에 속하니 천지의 의기(義氣)라고 일컫는바 항상 숙살을 마음으로 삼는다.”[夫秋刑官也 於時爲陰 又兵象也 於行用金 是謂天地之義氣 常以肅殺而爲心]

서리는 숙살의 기운으로 만물을 완성하고 거둔다. 예기 ‘공자한거(孔子閒居)’ 편에서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하늘에는 사시가 있으니 봄 가을 겨울 여름과 바람 비 서리 이슬이 가르침이 아닌 게 없다.”[天有四時 春秋冬夏 風雨霜露 無非敎也] 가을을 슬퍼하기보다 가르침을 찾아야 한다. fused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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