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미국 영세 군수업체로부터 소해함의 기뢰 제거 장비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성능 미달 장비를 제값보다 100억원가량 더 비싸게 계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뒤늦게 계약을 해지하면서도 계약 과정에 미리 지급한 선금에 대한 보증서를 작성하지 않아 선금 5500만 달러(약 630억원)를 떼일 위기에 놓였다.
감사원은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해군전력 증강사업 추진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소해함(700톤급)은 주요 항만과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기 위해 ‘바다의 지뢰’인 기뢰를 제거하는 함정으로, 기뢰탐지를 위한 음파탐지기와 기뢰제거 장비가 핵심장비로 탑재된다.
방사청은 미국 업체와 4500만 달러를 주고 복합식 소해장비 구매 계약을, 2500만 달러를 주고 기계식 소해장비 구매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복합식 소해장비는 음향이나 자기장을 이용해 기뢰를 제거하는 장비이고, 기계식 소해장비는 줄을 끊어 기뢰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뒤 기뢰를 제거하는 장비다.
방사청은 특히 기계식 소해장비를 납품받는 과정에 가격이 적절한지를 철저히 검증하지 않아 이 장비를 정상가보다 1000만 달러(약 118억원) 이상 고가로 구매했다. 게다가 이 업체는 소해 장비를 제작할 능력이 없는데도 마치 자사가 제작업체인 것처럼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한 뒤 다른 업체가 제작한 장비를 납품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납품한 장비의 경우 소음 수준 등이 성능 기준에 미달했고, 일부 장비(소해 케이블)는 제조사와 제조국 출처도 알 수 없었다.
방사청은 또 다른 미국 업체와 5490만 달러를 주고 바닷속 물체를 탐지하는 장비의 일종인 가변 심도 음탐기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 업체가 납품한 가변 심도 음탐기 역시 전투용 부적합 판정을 받은 성능 미달 제품이었다.
이 과정에 방사청은 납품 검사도 하지 않은 채 대금을 지급하거나 시험 성적서도 없이 납품을 인정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수차례 미국 출장을 다녀오면서 제작 현장을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청은 특히 15만6000달러(약 1억7000만원) 상당의 장비 매뉴얼이나 기술자료를 무려 140배 이상 비싼 2128만 달러(약 240억원)를 주고 구매하기도 했다.
결국 방사청은 이들 업체와 계약을 해지했는데, 계약 과정에서 미리 지급한 7253만 달러 가운데 5576만 달러(약 637억원)에 대해 보증서를 작성하지 않아 이 돈을 떼일 위기에 처해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