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KOVO)이 도박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5-2016 시즌을 앞두고 KOVO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V리그 전 구단 선수들과 감독 관계자 전원을 대상으로 도핑 및 부정방지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 주제는 도핑과 도박 등 선수들이 하지 말아야 할 행위다.
특히 이번 교육에서는 스포츠토토의 수탁 사업자인 K토토 조린 과장이 강의를 맡아 ‘불법 스포츠 도박 및 승부조작의 사례와 처벌 수위’에 대해 집중 교육을 했다. 선수를 포함해 관계자들이 하지 말아야 할 규제 범위도 알려주며 도박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앞서 KOVO는 5월 28일 통합 워크숍에서도 이런 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전창진 전 감독의 승부조작 논란이 거세게 불어닥친 상황. KOVO는 다른 종목의 도박 문제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구자준 KOVO 총재는 워크숍에서 “(타 종목에서) 승부조작이라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이번 부정방지 교육을 통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다시는 프로배구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OVO가 이처럼 도박 논란 방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2012년 V리그에서 발생한 승부조작 사건으로 큰 화를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V리그 전, 현직 선수 16명이 기소된 후 관련자 모두가 영구 제명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KOVO는 시즌 종료 후 워크숍을 포함해 연 2회 부정방지교육을 시행하고 구단별로 순회 교육에 나섰다.
반복된 교육 효과는 뛰어났다. KOVO는 2014-2015 시즌 중 두 차례 위기를 넘겼다. 지난 시즌 형기를 마친 승부조작 관련자가 현직 선수에게 접근해 협박한 정황이 포착됐다. 소속 선수가 협박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구단은 즉시 KOVO에 상황을 알렸다. KOVO는 검찰과 공조해 문제를 해결했다.
두 번째는 현직 선수가 누명을 쓴 사건이었다. 한 브로커가 특정 선수와 짜고 불법 스포츠 도박을 벌인다며 투자자를 모았다. 그러나 투자자가 직접 해당 선수를 찾아가며 정황이 드러났다. 누명을 쓴 선수는 구단과 KOVO에 알리고 경찰에 찾아가 투자자와 연락했다. 결국, 관련자 모두가 처벌을 받고, 선수는 누명을 벗었다.
올해 KOVO는 불법 스포츠 도박 방지와 관련한 기존 시스템도 다시 한 번 점검하기로 했다. 암행감찰제를 통해 불법 스포츠 도박을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적발하기로 했다. KOVO 관계자는 “도박 문제에 대해 항상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내부에서 틈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지난 일이라고 간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도박 방지를 위해 고민 하는 것은 다른 프로리그도 마찬가지다. K리그와 한국야구위원회(KBO), 한국프로농구연맹(KBL) 등은 대부분 연 1회 정기 교육과 순회교육을 통해 예방에 나선다. 프로리그 4개 단체 모두 ‘클린센터’를 마련해 도박과 도핑에 대한 사전 정보를 입수하는 창구를 운영 중이다. 또 계약서와 별도로 선수에게 서약서를 받는다. 사후 징계 역시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선수와 관계자 전원을 대상으로 자정대회를 열어 경각심을 높이려는 노력도 한다. 다만 관계자들은 “연맹의 예방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선수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캡션> 2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V리그 전 구단 선수들과 감독 관계자 전원이 부정방지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