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0월 30일 天涯知己(천애지기)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각별한 친구

입력 2015-10-3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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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연암 박지원은 “벗은 제2의 나”라고 했다. 담헌 홍대용에게는 “그대와 나눈 대화가 10년 독서보다 낫소”라는 말도 했다. 두보가 이백을 생각하는 시에 춘수모운(春樹暮雲)이라고 한 이후 이 말은 멀리 있는 벗을 그리는 성어가 됐다.

이덕무의 이런 글은 어떤가. “만약 나를 알아주는 한 사람의 벗을 얻게 된다면, 나는 마땅히 10년간 뽕나무를 심고, 1년간 누에를 쳐 손수 오색실을 물들이리라. 열흘에 한 가지 빛깔을 이룬다면 50일에 다섯 가지 빛깔을 이룰 수 있으리. 따뜻한 봄볕에 말린 다음, 아내에게 부탁해 백 번 정련한 금침으로 벗의 얼굴을 수놓게 하리라. 그런 후 귀한 비단으로 장식하고 오래된 옥으로 축(軸)을 만들어 높은 산과 양양히 흐르는 강물 사이에다 펼쳐 놓고 말없이 마주 보다가, 뉘엿뉘엿 해 질 녘에 품에 안고 돌아오리라.” 그 정성이 대단하다.

벗에게 주는 선물로는 뭐가 좋을까. 예전엔 짚신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그걸 신고 어서 오라는 뜻이 담긴 선물이다. 술을 좋아해 호가 취부(醉夫)였던 윤결(尹潔·1517~1548)의 ‘산승이 짚신을 보내주어서’[山人寄鞋]를 보자. “벗이 멀리서 신발 한 켤레 보낸 것은/내 뜰에 푸른 이끼 덮인 걸 알아서겠지/그리워라, 작년 저문 가을 절을 찾아서/온 산 가득한 붉은 단풍잎을 밟고 다녔지.”[故人遙寄一雙來 知我庭中有綠笞 仍憶去年秋寺暮 滿山紅葉踏穿回]

서거정도 스님으로부터 짚신을 받았다. 제목은 ‘윤상인이 짚신을 보내주어 고맙기에’[謝允上人送芒鞋]다. “수종사는 용진강을 굽어보고 있겠고/솔숲에 내리는 비는 징검다리를 씻겠지요/오늘 부친 짚신은 분명 뜻이 있으리니/한번 가서 이야기 나누어야겠네요.”[水鍾精舍壓龍江 松雨霏霏洒石

矼 今日寄鞋應有意 相尋一去話禪窓] 용강은 용진강(龍津江), 북한강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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