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광풍] '미친 집값' 진원지 부산·대구 가보니 "변곡점 이미 지났다"...'경고등'

입력 2015-11-02 08:12 수정 2015-11-0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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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부동산시장은 변곡점이 지났다고 할 수가 있어요. 분양권 산 사람들도 가격 떨어질까봐 몇 번씩 전화가 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친 집값’의 대명사로 불렸던 대구의 부동산 열기가 한풀 꺾이고 있다. 대구는 2012년도 이후 2015년도 9월까지 집값 누적상승률이 51%로 전국 최고다. 분양시장에서의 인기 역시 고공행진하며 지난달 청약에 나선 ‘힐스테이트 황금동’은 197가구 모집에 12만2500여명이 몰리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아파트 거래량 역시 7월 8102건으로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8월들어 5025건으로 감소했고, 9월에는 8월보다 20% 줄어든 거래량을 보이며 시장이 다소 가라앉는 모양세다. 7월달 4218건에 달했던 분양권 거래 역시 9월 1858건으로 급격히 줄었다.

지난 21일 찾아간 대구는 ‘미친 집값’의 근원지라고 불리던 과거 모습과 다르게 다소 침체된 분위기가 만연했다.

수성구 황금동 A공인중개사는 “부르던 대로 값이 올라갔던 분양권이 지금은 거래가 다소 주춤한 상태”라며 “‘힐스테이트 황금동’은 7월에만 해도 7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 웃돈이 붙은 상태에서 거래가 됐지만 현재는 중소형 평형인 경우 5000만원 대에 거래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힐스테이트 황금동’ 부지 인근의 부동산에는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저녁시간대에도 사람이 가득 찼지만 이날 오후 5시쯤에는 손님이 없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황금동 B공인중개사는 “대구 부동산 시장이 정점을 지났다는 분위기가 수요자 사이에 팽배하다”며 “앞서 분양권을 샀던 사람들이 매일 전화하며 분양권 시세를 물으면서 가격하락에 대한 위기감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급격하게 상승한 집값에 대해 수요자들이 부담을 느끼면서 가격 괴리감이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진우 부동산114 대구경북지사장은 “누적상승률만 봐도 대구 집값이 전국 최고로 올랐기 때문에 당연히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시장이 좋으니깐 자꾸 호가를 높여서 부르지만 정작 거래가 되는 건 저가나 급매물 위주이다 보니 거래량도 감소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제구와 해운대구를 비롯한 부산 곳곳의 대형건설사 모델하우스에는 “100% 분양완료 성실시공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바람에 흔들리며 부동산 광풍의 진원지다운 면모를 자랑했지만 현지 공인중개소 대표들은 하나같이 “이제 하락세 아니겠어?”라는 말을 이어갔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의 P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난 봄에 거래량이 많았지 지금은 이미 줄었다. 살 사람은 이미 다 샀다”며 “분양가가 너무 높아 잘 되는 지역인데도 미분양이 나온다. 열기 꺾이는 건 울산이나 대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60가구를 기록한 부산지역 미분양아파트는 올 들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 4월 900가구대로 진입했고, 5월엔 835가구를 기록하며 바닥을 찍었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 미분양가구는 또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더니 지난 9월 1200대에 재진입했다. 서울지역 미분양 가구가 1월부터 연속 감소하다 지난 9월 251가구를 찍은 것과 대조적이다. 부동산 열풍의 진원지 부ㆍ울ㆍ경(부산, 울산, 경남)에 제기되어온 공급과잉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현지 관계자들은 청약률과 계약률의 대부분이 허수라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올해 부산지역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76.4 대 1로, 전국 평균 12.4 대 1과 서울 평균인 11.7 대 1을 웃돌며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다. 지난 9월 부산 동래구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의 경우 일반분양 577가구 모집에 2만7000여명이 몰려 평균 62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지만 실제 계약에선 계약포기가 잇따라 지난달 기준 173가구가 미분양주택으로 분류됐다. 실수요보다는 웃돈을 노린 투기 수요가 청약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투기세력이 만든 거품 경쟁률은 부산을 고분양가 논란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펜트하우스 3.3㎡당 분양가 7000만원 대로 역대 최고가를 찍었던 해운대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의 ‘떴다방’은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5000만원 정도의 ‘P’(프리미엄)이 붙는다며 거래를 유도했고,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동구 등에서도 3.3㎡당 분양가가 1300만원까지 치솟았다. 천정부지 집값에 부산 지역 중개업소들소마저도 지금 집을 매매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일각에서는 지방발 부동산 과열현상이 사회현상과 시장의 변화로 생기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령화 사회와 1-2인가구 확대로 가구 수가 늘어 소형주택을 비롯한 집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개인소득이 증가한 만큼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달 전국에선 6만7000여가구가 또다시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 중 지방은 1만8603가구로 부산이 1749가구, 경남 3927가구, 울산 520가구, 대구 468가구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과잉 상태에서 분양가 인상이 확산되는 것은 집값 거품이나 미분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고등을 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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