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주방에만 머물던 주부들이 최근 직접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까다로운 조건과 자금이 많이 드는 오프라인 창업보다 손쉬운 온라인쇼핑몰 창업에 대거 나서면서 관련 시장에서 매서운 치맛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일 전자상거래업체 메이크샵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전국 35만개 온라인쇼핑몰 운영자 가운데 여성들은 전체의 55%에 달했다. 이는 5년 전인 2010년보다 45% 증가한 규모다. 특히, 이 중 30~40대 주부 운영자는 80%를 차지하면서 최근 창업 열기를 잇고 있다. 여성들의 경제 활동 참여가 늘면서 온라인쇼핑몰 창업 시장에도 주부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수입명품 필기구를 다루는 베스트펜의 이양희<사진> 대표는 당초 아이 둘을 키우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남편의 문구점에서 일을 돕다가 만년필에 꽂혀 관련 쇼핑몰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당시 전업주부는 은행에서 대출조차 어려웠던터라, 건강보험을 담보로 보험사에서 창업자금 650만원을 대출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소액대출로 사업을 시작하다보니, 많은 양의 제품을 가져올 수 없어 매일 상품을 구입하러 다녀야 했다.
현재 이 대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으며,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시필펜 100여종을 보유 중이다. 최근 아날로그 감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만년필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인만큼, 관련 시장을 일찌감치 선점한 셈이다.
이 대표는 “주부들은 찬거리 하나를 사더라도 성분부터 가격까지 꼼꼼히 살펴본다”면서 “이런 마음을 헤아리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동의류 쇼핑몰 초코별의 김태영<사진> 대표도 주부 창업스타다. 과거 건축회사에서 설계 일을 하다가 쉬었던 김 대표는 국비지원으로 쇼핑몰 구축교육을 듣다가 창업에 나섰다. 옷에 대한 전문지식은 없지만, 하루 2시간씩 쪽잠을 자며 새벽엔 도매시장을, 낮엔 장사를 했다. 상대적으로 쉬운 유아 활동복으로 승부를 본 것이 주효했다. 현재 초코별은 자체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원단 생산부터 봉제, 판매, 성능검사까지 진행하고 있다. 1인기업에서 직원 100명이 넘는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대표는 “‘일단 물건을 팔자’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계획까지 세워야 한다. 온라인 쇼핑몰도 사업이다”고 설명했다.
발효식품 전문쇼핑몰을 운영하는 나이스킹덤의 홍지희<사진> 대표도 세 자녀를 키우다 창업한 사례다. 일본여행을 다녀온 지인에게 받은 흑초 한 병이 사업계기가 됐다. 평소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홍 대표는 곧바로 흑초마을로 유명한 일본 가고시마현 후쿠야마와 국내 판매 독점 계약을 맺는다. 이후엔 부족한 쇼핑몰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았고, 건실한 쇼핑몰로 우뚝서게 됐다.
홍 대표는 “‘어떤 제품이 잘되더라’, ‘대박이 난다더라’면서 창업 아이템을 정하기보다는, 모르면 배워서라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열정과 관심 분야를 도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정부 지원이 많아지면서 전반적인 창업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주부들의 창업 도전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부만의 꼼꼼함과 세심함으로 이 같이 온라인쇼핑몰 창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온라인쇼핑몰업계 관계자는 “일과 가사를 병행해야하는 고충도 있지만, 전업주부에서 손쉬운 아이템으로 창업에 도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주부들은 까다로운 조건과 돈이 많이 드는 오프라인 창업 대신, 비교적 손쉬운 온라인쇼핑몰로 국내 창업시장의 한 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