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침체 오래 간다”…몸 사리는 글로벌 석유메이저들, 깎고 자르고

입력 2015-11-02 08:50 수정 2015-11-0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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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석유업체들이 지난 3분기(7~9월) 저유가의 충격으로 어닝 쇼크를 연출했다. 이들 기업은 유가 침체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우선 순위가 낮은 사업부터 정리하는 등 철저히 몸을 움츠리고 있다.

영국 BP와 미국 셰브론, 프랑스 토탈 등 글로벌 5대 석유 메이저는 지난 3분기에 일제히 전년 동기보다 저조한 실적을 발표했다. 미국의 대표 석유업체인 셰브론은 지난 3분기 순이익이 20억4000만 달러(약 2조3276억원)로 전년 동기의 36% 수준으로 집계됐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37% 감소한 343억달러에 그쳤다.

엑손모빌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3분기 순이익은 42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반토막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63% 수준인 673억 달러에 머물렀다.

로열더치셸은 지난 3분기에 74억2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고, BP는 같은 기간 순이익이 4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의 12억9000만 달러에서 96%나 줄어 겨우 적자를 면했다.

국제유가가 전년 동기의 반토막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업계의 실적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그나마 적자를 면한 셰브론과 BP는 생산·개발 지원을 담당하는 석유 서비스 회사에 가격 인하를 요구해 비용을 줄인 덕분에 간신히 흑자를 확보했지만 유가 침체가 장기화하면 이 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유가의 지표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올해 3분기 평균 51달러로 지난해 6월보다 50%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유럽 기업들은 “2017년에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로 전망, 2년간 10달러 가량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석유업체들은 우선 순위가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중점 분야에 대한 투자는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운영 비용은 감소해 중장기적으로는 투자하기가 수월해진다는 장점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밥 더들리 BP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실적 발표 당시 “향후 사업 계획의 약 80%는 배럴당 60달러가 무너지더라도 손익분기점을 상회할 것”이라며 “손익분기점을 한층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2017년 손익분기점을 60달러로 잡았다. 북유럽 최대 석유기업인 노르웨이의 스타토일도 똑같이 잡았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것보다 낮은 수준이다. 통신은 2017년 기준, 손익분기점을 63.73달러로 예상했다.

토탈과 BP, 셰브론 등은 향후 설비투자액의 20~30%를 압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산 매각도 서두를 방침이다. 셰브론은 2017년까지 3년간 15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는데, 여기다 6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추가로 매각키로 했다. BP는 2016~2017년에 최대 8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각할 예정이다.

미국 코노코필립스는 멕시코만의 심해 유전 개발을 대폭 축소한다. 로열더치셸은 캐나다 서부에 있는 하루 8만 배럴의 생산능력을 갖춘 ‘오일샌드(초중질유를 포함한 모래 층)’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다.

구조 조정도 가속화하고 있다. 셰브론은 최대 7000명을 감원하기로 했고, 로열더치셸도 지난 7월말 발표한 6500명 감원 계획에 1000명을 추가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현재의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삼고 있다. 엑손모빌은 석유 메이저 중 유일하게 투자 방침을 바꾸지 않고 있다. 엑손모빌은 연간 340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동결했다. 심지어 초기 투자 비용이 적게 드는 셰일 분야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텍사스의 셰일 광구 4만8000에이커를 매입하는 강수를 뒀다.

이탈리아의 ENI는 이집트 앞바다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전을 발겨, 약 70억 달러를 들여 개발에 나선다.

업계는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은 업계 재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유가가 반등하게 되면 업체별 격차는 한층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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