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1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이 예상외로 압승을 거둬 5개월 만에 단독정권이 출범하게 됐다. 쿠르드 반군의 유혈 사태 등 안보 불안과 경제 침체 속에 유권자들이 안정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개표율 98% 기준으로 AKP의 득표율은 49.35%를 기록했다. 이어 공화인민당(CHP) 25.4%, 민족주의행동당(MHP) 11.9%, 인민민주당(HDP) 10.6%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 득표율로 AKP는 전체 의석(550석)의 57%인 316석을 차지할 수 있게 됐다. 2002년 집권한 AKP는 지난 13년간 집권을 해오다 지난 6월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으나 이번 조치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 5개월 만에 다시 단독 내각 구성을 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사전 여론조사에서는 득표율 43% 안팎으로 과반 의석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개표 결과 AKP는 예상을 깨고 AKP의 역대 최다 득표율 49.83%(2011년 총선)과 비슷한 수준을 얻었다. 뒤이어 공화인민당(CHP)이 25.4%, 민족주의행동당(MHP)이 11.9%를, 지난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쿠르드계 정당 인민민주당(HDP)이 10.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터키 집권당의 득표율이 불과 5개월 만에 급등한 배경에는 안보 불안 해소를 위해서는 단독 정권이 필요하다고 호소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AKP가 과반 의석에 실패하면서 터키 의회는 절대다수 정당이 없는 이른바 ‘헝 의회(Hung Parliament)’였다. 이 기간에 쿠르드족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이 휴전 선언 2년 여만에 무장항쟁을 재개해 군인과 경찰관 등 150여 명이 숨지고 PKK 조직원 2000여 명이 사살되는 등 극심한 안보 불안이 이어졌다. 지난달 10일에는 이슬람국가(IS)가 배후인 자폭테러 2건이 발생해 민간인 130여 명이 사망했으며, 터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경기도 침체됐다. 이에 야당들은 이러한 유혈사태의 책임이 AKP 정부에 있다고 비난했으나 유권자들은 안정을 위해서는 단독 정권이 나와야 한다는 AKP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이번 총선의 최대 승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지난 12년간 총리와 대통령직을 두루 맡아 왔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총리 중심제에서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헌법 개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AKP 대표인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는 승리 수락 연설에서 “이 승리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승리”라며 “우리의 가장 어려운 시기에 신이 축복을 주셨다”고 말했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또 “이 나라의 누구도 패배해서는 안 된다. 오늘 패자는 없으며 모두가 승자”라며 분열된 사회의 통합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