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헤지펀드 매니저인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가 ‘채권왕’ 빌 그로스의 펀드에 투자했던 약 5억 달러(약 5700억원) 자금을 회수했다고 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소로스는 낮은 투자수익률을 이유로 투자자금을 회수했다. 지난해 자신이 세운 퍼시픽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핌코)를 떠나 경쟁사인 야누스캐피털로 옮긴 그로스는 소로스의 변심으로 타격을 받게 됐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가 투자한 자금은 별도 법인 계좌에서 운용되고 있었지만 그로스의 뮤추얼펀드와 같은 전략이 적용되고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기관투자자들의 계정을 추적하는 금융정보제공업체 이베스트먼트도 기관투자자 한 곳이 지난 2~3분기에 그로스가 운영하는 펀드에서 4억9100만 달러의 자금을 빼냈다고 전했다.
그로스는 핌코에서 경쟁사를 훨씬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채권왕’이라는 명성을 얻었으나 야누스로 자리를 옮기면서는 성적이 예전 같지 못해 명성이 퇴색하고 있다.
그가 운용하는 14억 달러 규모의 ‘야누스글로벌무제약채권펀드’는 올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마이너스(-)1.5%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펀드리서치업체 모닝스타가 집계한 채권펀드 평균 수익률 0.22%를 밑도는 것이다. 또 경쟁펀드 가운데 74%가 그로스 펀드보다 좋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그로스는 고객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그로스 펀드에 순유입된 자금은 3560만 달러에 그쳤다. 모닝스타는 이 기간 자금이 순유출된 달이 5개월에 이르며 특히 9월은 465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고 지적했다. 그로스는 연초 약 7억 달러를 자신의 펀드에 넣기도 했다.
소로스는 그로스가 야뉴스에 이직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바로 투자를 결정해 그로스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계속되는 부진에 결국 돈을 빼기로 결정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로스가 그로스에 대해 불신임 투표를 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