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범죄] 자본시장 질서 더럽히는 ‘더티플레이’

입력 2015-11-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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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부당이득’ 몸살 앓는 증권가

지난 7월 22일 코스닥 상장사 인포바인 주가는 당시 가격제한폭인 15%까지 떨어졌다. 5거래일 뒤인 28일 인포바인은 문명관 전 대표이사가 장내 매도 방식으로 지분 14.7%에 해당하는 보유 주식 45만주를 132억750만원에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공시일 기준 인포바인 주가는 종가 기준 2만6700원까지 떨어졌다. 문씨가 대량 매도한 날 폭락한 인포바인 주가는 이후 수개월간 3만원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최근 금융당국과 사정기관이 주가조작 혐의에 칼을 빼들며 여의도 증권가가 뒤숭숭하다.

3일 금융투자업계와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 부장검사) 등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달 초 김모(55) KB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을 구속했다.

검찰은 KB투자증권 WM사업본부에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온 김 팀장이 지난해 7월 6억9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하고 코스닥 상장사인 인포바인의 45만주를 135억원에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우증권과 KB투자증권 직원들도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달 8일 대우증권과 KB투자증권을 압수수색하고 두 증권사 직원들을 연행했다.

블록딜은 주식을 대량 보유한 매도자와 이를 사들인 매수자 간 거래를 체결시켜주는 제도다. 주로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기관 또는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시간 외 매매를 통해 거래한다. 한꺼번에 대량의 주식이 거래되면 발생할 수 있는 주가 급등락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일반적으로 주식을 블록딜을 할 때는 증권사에 정식으로 의뢰하고 수수료를 낸다. 하지만 문씨는 대주주가 주식을 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주가가 내려갈 것을 우려해 김 팀장과 불법적으로 뒷거래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불법 거래에 어떠한 역할을 했으며 어떻게 자금을 분배했는지 조사하는 한편, 압수물을 분석해 매각 주식의 흐름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또 지난달 22일 금품을 받고 시세조종 세력의 블록딜을 도운 혐의 등으로 외국계 기관투자가 임직원 4명과 브로커 5명 등 14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중 골드만삭스자산운용(현 골드만삭스투자자문) 상무 김모(47)씨 등 11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1년 10월 브로커 안모(46·구속)씨에게 코스닥 상장사 동양피엔에프 주식 15만주를 블록딜 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사례금으로 8000만원을 건네받은 김씨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펀드매니저를 동원해 해당 주식을 매수하게 했다. 김씨는 또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종목 매매 내역 등 업무상 정보를 입수해 개인적인 주식 매매에 이용, 15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도 받고 있다.

블록딜 불법 거래 적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5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봉욱 부장검사)는 펀드매니저를 시켜 이른바 ‘작전주’를 대량 매수해주고 그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투자은행이자 증권사인 리만브라더스 서울지점 이사였던 송모(41·미국인)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송씨는 지난해 5월 코스닥등록사 UC아이콜스의 주가조작 사건을 주도했던 세력이 브로커 홍모씨를 통해 작전주 매수를 부탁해 오자 이 회사 주식 25만주를 55억여원에 사들여준 뒤 사례비 조로 1억원을 받은 혐의다.

‘UC아이콜스 주가조작’은 2450원이었던 주가가 시세조종으로 2만7000원대까지 급등했다가 사상 최대 기록인 1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시가총액 2500억원이 공중으로 사라지게 한 희대의 사건으로, 이 회사 대표이사 박모씨 등은 이미 1심에서 징역형 등을 선고받았다.

송씨는 작전세력으로부터 주식을 1만주 이상 사는 블록딜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자 한국 주식시장 정보에 밝지 못한 리만브라더스 도쿄지점 소속 펀드매니저에게 UC아이콜스 주식을 매수할 것을 적극 권유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의 미공개정보 이용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이진동)는 ‘삼성-한화 빅딜’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삼성테크윈 경영지원팀 부장 김모(48)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1월 21일 삼성테크윈이 한화에 매각된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삼성테크윈 주식 2170주를 매도하고 한화 주식 4750주를 매수해 17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지난달 한미약품의 내부 정보를 빼돌린 내부 직원과 이를 기관투자자에게 전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검찰에 통보했다. 금융위 자조단은 또 최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면세점 선정 사전 정보가 사전 유출된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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