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인 2015년 현재, 한국거래소에서도 서자 차별법이 존재한다. 한국거래소가 독립해서 새로운 가정을 만들겠다는 코스닥에 가혹한 차별 제도를 적용하며 서자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때 사고를 치기도 했던 코스닥이 개과천선했지만 그 차별은 여전하다. 이 탓에 많은 사람으로부터 오해와 편견으로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코스피의 맏형 삼성전자, 현대차와 코스닥의 대표주 카카오, 셀트리온을 비교하면 물론 코스피가 규모나 질적으로 훨씬 낫다. 그렇지만 코스피의 좀비기업과 코스닥의 좀비기업을 비교하면 상황은 다르다.
관리종목 편입이나 상장폐지가 일어나는 경우가 코스피보다 코스닥에서 여전히 많은데 무슨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이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코스닥과 코스피의 다른 상장폐지 기준 때문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관리종목 편입이나 상장폐지 기준을 들여다보면 코스피가 코스닥보다 까다로운 대표적인 기준은 매출액 하나뿐이다.
그 외에는 코스닥에 비하면 코스피는 따뜻한 부모의 품에서 살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코스닥은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 사업손실을 보거나 최근 4년간 영업손실을 내면 관리종목으로 편입되고, 5년 연속 시에는 퇴출당한다. 코스피는 이런 규정 자체가 없다. 매출만 50억원 이상 유지하고 자본잠식만 되지 않으면 관리종목도, 상장폐지도 되지 않는다.
감사보고서 상 감사의견이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한정이면 코스닥은 바로 상장폐지가 되지만 코스피는 2년 연속일 경우에만 퇴출이다.
자본이 전액 잠식되면 코스닥은 ‘반기’라도 퇴출이지만 코스피는 ‘반기’가 아닌 사업보고서 상 1년 자본금 전액 잠식 또는 자본금 50% 이상 잠식이 2년 연속일 경우에만 상장폐지가 된다.
코스닥은 반기말 반기보고서를 기한 경과 후 10일 내 제출하지 않거나 감사의견 부적정, 의견거절, 범위제한한정이면 바로 상장폐지이지만 코스피는 이 같은 규정도 없다.
불성실공시를 할 경우 벌점이 15점 이상이면 코스닥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지만 코스피는 관리종목으로 편입될 뿐이다. 게다가 코스피는 관리종목 지정 후에도 1년간 누계벌점이 15점 이상 추가돼야 상장폐지가 된다.
이 밖에도 코스피에는 없는 여러 조항으로 코스닥을 철저하게 걸러내고 있다.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가서도 코스닥이 훨씬 까다롭다.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을 서자 취급하다 보니 비치는 모습은 여전히 문제아 같지만 실상은 원활한 구조조정과 시장 퇴출이 이뤄지면서 건강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의 독립 주장에 이렇게 말한다. 독립하면 다시 옛날처럼 사고 치는 문제아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코스피에도 코스닥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코스닥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
한국거래소의 이 같은 이중 잣대로 인해 단지 코스피라는 이유만으로 수십억원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수합병(M&A)시장에서 받는 기이한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기업사냥꾼들도 이런 이유로 코스피를 더 탐내고 있다.
좀비기업 퇴출에 정부까지 나서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제 서자에게만 엄격하게 대할 것이 아니라 적자(嫡子)인 코스피에도 철저한 기준을 적용해 좀비기업을 걸러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