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내부자들', 물 만난 이병헌ㆍ조승우ㆍ백윤식 미친 연기력

입력 2015-11-04 07:39 수정 2016-03-1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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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포스터(사진제공=쇼박스)
▲'내부자들' 포스터(사진제공=쇼박스)

영화 ‘내부자들’(배급 쇼박스, 감독 우민호)에서 배우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의 연기력은 압권이다.

수많은 작품에서 관객과 소통해 온 이병헌은 또 다시 자신의 연기력을 입증할 캐릭터를 만났다. 극 중 이병헌이 연기한 정치깡패 안상구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광해보다 더 입체적인 캐릭터다. 안상구는 이강희(백윤식 분)와 호형호제하며 대선 유력 정치인, 대기업 회장 등 소위 힘 있는 자들의 뒷거래를 도와주던 잘나가는 정치깡패였다. 용역 깡패에서 시작해 회장님 소리를 듣던 그의 야망은 매우 컸지만, 얽히고설킨 권력자의 배후를 파악하지 못하고 더 큰 욕심을 부리다가 제동이 걸린다.

나락으로 떨어져 복수를 꿈꾸던 안상구가 우연히 만난 인물이 바로 서울지검 우장훈(조승우 분) 검사다. 대선을 앞두고 비자금의 출처를 파헤치던 우 검사는 능력 있지만 지방대 출신으로 이른바 빽도 없고 족보도 없는 비운의 검사다. 깡패와 검사. 도무지 어울릴 수 없는 두 사람의 조합은 영화의 골자를 이룬다. 평생을 깡패로 살아왔지만 어딘지 모르게 인간미가 느껴지는 안상구와 일명 ‘흙수저’ 신분이지만 정의감 하나로 똘똘 뭉친 우장훈 검사는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의기투합하고 드라마틱한 전개를 이끈다.

‘내부자들’은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와 신정당 유력 대선후보 장필우(이경영 분), 미래자동차 회장 오현수(김홍파 분)에 대항하는 안상구, 우장훈 검사의 반전 드라마를 그린다. 이 과정에서 기존 범죄물과 차별성을 갖는다. 그간의 범죄 영화가 단순히 조폭의 삶을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내부자들’은 정치, 언론, 재벌, 검찰 등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기득권층의 속살을 낱낱이 드러낸다.

▲'내부자들' 스틸컷(사진제공=쇼박스)
▲'내부자들' 스틸컷(사진제공=쇼박스)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라는 이강희의 대사는 ‘내부자들’이 가진 무게감을 한 마디로 드러낸다. ‘내부자들’에 매겨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더 적나라하게 그려낼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누구나 짐작했지만 설마 했던 이익집단의 암투와 향락은 현실이 되어 관객들에게 진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그에 대항하는 안상구와 우장훈 검사의 싸움이 영화적 재미를 자아낸다.

상영시간은 2시간 10분으로 짧지 않지만 촬영분은 본래 3시간 40분에 달했다. 그만큼 편집 분량이 많아 각각의 배우들이 가진 진한 개성을 한 작품에 담기엔 욕심이 과했다는 아쉬움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손에 땀을 쥐는 전개와 우민호 감독의 완성도 있는 결말이 웰메이드 범죄 영화의 탄생을 예고한다.

영화는 지난 2012년 한겨레 오피니언 매거진 훅에서 연재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돌연 중단된 윤태호 작가의 원안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미생’으로 가치를 입증한 윤태호 작가의 스토리는 미완성됐음에도 힘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열연이 스크린을 뚫고 나올 거라 믿는다”라는 우민호 감독의 말처럼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을 비롯해 이경영, 김홍파, 배성우, 조재윤, 김대명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감을 십분 발휘한다. 언뜻 무거울 수 있는 극 전개에 이병헌의 애드리브가 자아낸 재치가 유머를 더한다. 상영시간 130분, 청소년관람불가,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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