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점을 소개합니다] 코리안 드림 꿈꾸던 노동자 “내 집 마련 여기서 했어요”

입력 2015-11-0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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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원곡동 외환센터, 외국인 대상 주말에도 영업

▲신한은행 원곡동 외환센터 직원이 지난달 29일 지점을 찾은 외국인에게 통장 개설을 도와주고 있다. 사진제공 신한은행
▲신한은행 원곡동 외환센터 직원이 지난달 29일 지점을 찾은 외국인에게 통장 개설을 도와주고 있다. 사진제공 신한은행

지난 10월 29일 저녁 7시.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다국적 거리에 들어서자 중국식 백반, 양꼬치, 칭다오 맥주, 중국 식료품 가게 등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중국의 작은 도시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거리를 지키고 있는 식당 간판은 각양각색의 언어로 쓰였다. 이국적인 노점과 외국어 간판을 보고 있자니 마치 외국에 온 것 같다.

다국적거리 한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간판은 따로 있다. 바로 신한은행 원곡동 외환센터다. 보통의 은행이라면 문이 굳게 닫혀 있겠지만 원곡동에 위치한 신한은행 영업소는 저녁 시간이 다 돼서도 간판에 불빛이 환하다.

◇러시아 통역이 가능한 유일한 은행 = 어둠이 찾아와도 불을 밝히는 광경은 원곡동 외환센터에서만 볼 수 있다. 원곡동 외환센터는 평일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7시30분까지 영업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오후 4시까지 문을 연다.

영업시간이 일반 지점보다 긴 데는 이유가 있다. 이곳이 외국인 근로자 특화 영업점이기 때문이다. 안산시의 외국인 인구는 지난 2013년 7월 기준 4만7145명에서 2015년 7월 5만5633명으로 8488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수가 원곡동에서는 2만4323명에서 2만9065명으로 4742명 늘었다.

외국인 노동자 수가 늘면서 은행 수요도 커지자 신한은행이 이들을 위한 특화점을 따로 마련한 것이다. 지난 2008년 3월 처음 영업을 시작한 뒤 벌써 7년째 한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원곡동 외환센터는 일반 직장인들과 달리 일찍 퇴근하거나 근무 중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이들의 언어 소통 문제도 해결하고자 외국인 직원도 대거 채용했다. 현재 중국인 직원 3명, 러시아인 2명, 베트남인 1명, 태국인 1명 등 총 7명의 외국인 직원이 배치됐다. 특히 러시아 통역이 상주하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외국인 직원은 각각 외국인 근로자들이 급여통장을 개설하거나 해외로 돈을 송금할 때 도움을 준다. 이밖에 환전, 카드 발급 등 은행 업무에 있어 이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직원들이 한국 직원과 소통하며 외환센터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산지역의 다국적 특성에 맞게 각국의 지역 행사에도 신한은행 본부 부서 직원과 연계해 참여한다”고 말했다.

◇‘코리안 드림’ 꿈꾸는 외국인에게 성지 =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지점이다 보니 지점에서 판매하는 금융상품 종류도 극히 적다. 외국인들은 주로 예금과 적금 등 본인이 아는 상품에 가입하기 때문이다. 펀드, 주가지수연동예금(ELD)과 같은 상품 수는 줄이고 예금과 적금, 환전 서비스에 집중하는 편이다.

지난 8월부터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송금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주말이면 대전, 울산 등 지방에서 원곡동 외환센터를 찾는 외국인들로 붐빈다. 주말에는 은행 업무를 위해 지방에서 찾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내국인은 받지 않는다.

우영애 신한은행 원곡동 외환센터 소장은 “체크카드 분실 후 재발급 받기 위해 일주일 동안 돈을 안 쓰고 대전에서 올라온 분이 있었다”라며 “이분들을 보면 우리 동포들이 해외에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불평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원곡동 외환센터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성지’와 같다. ‘코리안 드림’을 숫자로 확인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지난해부터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대출서비스도 시작했다. 실제로 한 중국인이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살 집을 구하기 위해 영업점을 방문했고, 원곡동 외환센터는 사상 처음 외국인 대상 담보대출을 승인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은행 대출 창구를 찾는 외국인들이 많이 늘었다.

우 소장은 “타국에 와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고 기뻐했던 고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며 “앞으로 고객에게 쉽고 편리한 은행이 되기 위해 한국 직원과 외국 직원이 항상 소통하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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