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다 MX-5를 만나는 방법

입력 2015-11-0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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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상했던 빨간 스포츠카가 틀림없었다. 말로만 들었던 MX-5를, 그것도 4세대로 진화한 가장 최신의 MX-5를 직접 만나다니. 장르로 말하자면 경량 로드스터. 거추장스러운 장비는 모두 덜어냈기에 누구보다 달리기 본능에 충실할 터. 역시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1989년 미국 시카고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될 당시, 마쓰다 MX-5는 존재이유부터 참 특별했다. 대부분의 스포츠카가 감성적인 이유로 몸값이 치솟을 때, MX-5는 야무진 실력에 가격도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큼 합리적이었다. 소위 말해 가격 대비 성능이 매우 좋았던 것. 뒷바퀴굴림, 알루미늄 보닛, ABS 브레이크, 더블위시본 서스펜션 등 신체조건은 스포츠카의 그것이었다. 그런데도 가격은 1만5천 달러를 넘지 않았다. 자동차 마니아는 물론 일반인도 쌍수를 들고 환영했었다.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 낮게 웅크린 자세를 보아하니 틀림없는 경량 스포츠카 맞다. 여기에 빨간색 보디컬러로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위에는, 눌러 쓴 헌팅캡 처럼 작은 소프트톱이 달려있다. 로드스터라는 증거이자 특권. 오직 두 명만이 오픈에어링을 누릴 수 있다는 소리다. 외모는 소녀가 아닌, 숙녀처럼 완숙하다.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선부터 풍만한 오버펜더는 육감적이기까지 하다.

[보닛은 길고 데크는 짧다. 보수적이지만 그래서 더 섹시한 비율이다.]

[디테일 디자인은 날카롭게 날이 섰다.]

엔진은 외모에 비하면 소박한 직렬 4기통 2.0리터 자연흡기방식이다. 최근 터보차저 및 수퍼차저 등을 달아 효율에 집착하는 유럽 브랜드와는 차별화를 선택했다. 마쓰다는 직분사 휘발유엔진을 ‘스카이 액티브-G’라고 말한다. 경량화를 위해 엔진블록과 실린더헤드를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최고출력 155마력, 최대토크는 20.5kg·m를 발휘한다. 솔직히 얘기하면 별 다를 것 없는 파워다. 하지만 파워만으로 이 차를 설명할 수는 많은 것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코너를 대하는 자세가 호기롭다. 겁도 없이 핸들을 잡아 돌렸더니 코너를 매섭게 파고든다. 일말의 주저함이나 두려움 따윈 전혀 없다. 자연흡기엔진은 시종일관 빠르게 돌아간다. 그리고 파워는 회전수만큼 정확하게 뒷바퀴로 쏟아져 나왔다. MX-5는 감성 충만한 스포츠카 신분임에도 허세가 없다.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서면 드라이버 몰래 라인을 수정하고는 드라이버를 응원했다. “그래 역시 너는 베스트 드라이버야!”

6단 자동변속기는 뜨겁게 돌아가는 엔진을 쏙 빼 닮았다. 평소에는 얌전을 빼다가도 가속페달만 누르면 화들짝 반응하는데, 굳이 스포츠 모드가 아니어도 주저 없이 rpm을 허용하는 타입이다. 욕심 내고 싶으면 수동모드에서 마음대로 휘저을 수 있다. 물론 패들시프트로 말이다. 하지만 남자는, 운전은, 손맛이라고 했다. 클러치페달을 깊숙이 밟은 다음 기어레버를 밀고 당기는 그 손맛이 그리워진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수동변속기의 수요가 더 많은 MX-5 아니던가.

소프트톱은 직접 손으로 열고 닫는다. 실내에서 레버를 풀어 가볍게 들어 올리는 방식이다. 완벽하게 여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3초. 물론 수고는 들지만 어떤 컨버터블보다 빠르다. 오픈에어링은 로드스터의 백미라 했다.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타고 넘는 바람에 야무진 배기사운드까지 곁들이면, 감성 충만하고 달달한 드라이브로 바꿔 놓는다. 게다가 승차감은 의외로 부드러웠다. 로드스터 주제에 아늑함을 말하고 싶었으니깐…

빨간 스포츠카를 이성적인 잣대로 평가할 때는 언제나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정확한 가격과 사후관리도 중요한 법이다. 아직까지 마쓰다가 국내에 들어온다는 소문은 없다. 현재는 라우라렌터카(www.lauracar.com)가 마쓰다 MX-5를 수입해오고 있다. 판매가격은 6천600만 원. A/S와 관련해 필요한 부품은 직접 수입하고 서울 양재동의 지정 정비업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당분간은 라우라렌터카가, 보기도 좋고 실력도 화끈한 MX-5를, 더군다나 스티어링 휠에 우리 입맛에 꼭 맞게 달린 북미버전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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