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북미 시장에서 ‘폭스바겐’과 ‘아우디’ 브랜드의 디젤 신차 및 중고차 일부 판매를 자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고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번에 판매 중단을 결정한 모델은 최근 미국 환경당국이 추가로 조작 소프트웨어를 적발했다고 밝힌 차량들이다.
폭스바겐은 전날 밤 판매업체들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아렉’ 신차는 물론 2013년형 이후 모델의 중고차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할 것을 통보했다. 이와 함께 아우디 ‘A6’, ‘A7’, ‘A8’과 ‘A8L’등 디젤 세단과 SUV 모델인 ‘Q5’와‘Q7’ 등의 신차와 중고차도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폭스바겐의 럭셔리 브랜드인 ‘포르쉐’는 이보다 앞서 3일에 2014∼2016년형 ‘카이엔’ 디젤 모델의 판매를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번 폭스바겐의 결정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추가 적발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EPA는 지난 2일 홈페이지를 통해 폭스바겐이 2014∼2016년형 3000cc급 투아렉, 포르쉐, 아우디 모델 등에 대해서도 배출가스를 검사한 결과, 조작을 위한 장치를 부착한 것을 추가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추가로 적발된 모델 중에는 2014~2016년형의 비교적 최신형 3000cc급 고급 차량도 포함됐다.
여기에 지난 3일에는 폭스바겐이 자체 조사한 결과 “80만여 대의 차량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이산화탄소 수치의 불일치를 발견했으며 일부 휘발유차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밝히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현재까지 문제가 된 차량은 모두 디젤 차량이었다.
이와 관련 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교통부 장관은 4일 연방의회에서 폭스바겐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불일치하다고 스스로 공개한 80만대 대부분은 디젤 차량이지만, 그 가운데 9만8000대는 휘발유 차량이라고 말했다. 도브린트 장관은 폭스바겐의 전 차종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태의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자 폭스바겐은 물론 독일 자동차 업계에 대한 이미지가 흐려지는 것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편, 폭스바겐은 매출 부진을 막고자 미국 시장에서‘폭탄세일’에 나섰지만 이 마저도 무의미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말 미국에서 폭스바겐 차량의 소비자 가격은 자동차 딜러들의 경쟁적인 할인 공세에 최대 1700만원까지 떨어졌다. 한국에서도 11월부터 비슷한 수준의 할인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