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혁신’ 무장한 다윗, 골리앗과 싸움 해볼 만하네

입력 2015-11-0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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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로켓배송’에 CJ대한통운 등 뒤늦게 당일배송 경쟁…카카오, 택시·간편결제 등 신사업 SK 추월

신생 IT 기업들이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며 전투를 벌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중소기업은 절대 약자였다. 하지만 IT 혁신으로 무장한 다윗은 최근 골리앗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기존 산업군과 달리 IT 산업에서는 덩치가 주 무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설립된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모바일 상거래업체 쿠팡은 업력이 최소 50년이 넘는 거대 택배업체들에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자체 배송 인력을 기반으로 24시간 내 물건을 배달해 주는 로켓배송을 출시한 것이 변곡점이었다. 현재 수도권을 포함한 6개 광역시에 서비스되는 로켓배송은 쿠팡의 최대 혁신으로 꼽히고 있다. 티몬·위메프 등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는 물론, 대형 물류·유통사들보다 앞서 선보여 소비자들에게 빠르고 친절한 서비스라는 인상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세계적 IT기업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계기도 됐다.

쿠팡의 공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쿠팡은 전국으로 당일 배송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 14개의 물류센터를 2017년까지 21개로 늘리는 등 로켓배송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쿠팡의 배송 혁신은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유일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5살 쿠팡 뒤쫓아 간 85년 업력 CJ대한통운 =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전국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신생 기업 쿠팡이 현실화해 나가자 대형 택배사들이 뒤늦게 동참했다. 1930년 설립된 국내 최대 물류사인 CJ대한통운은 오전 11시 이전까지 물류센터에 입고된 주문 상품을 전국 90% 지역에 당일 배송하는 ‘CJ 더(The) 빠른 배송’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지난 1일 밝혔다. 또 개인물품을 전국에 당일 배송하는 서비스는 내년 초 수도권을 시작으로 그해 말까지 완비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CJ대한통운에 이어 현대로지스틱스와 한진 등 나머지 택배업체들도 잇따라 당일배송 서비스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전국 당일 배송은 업계 최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주요 거점 도시의 당일 배송 서비스는 쿠팡이 먼저 시작함으로써 선점 효과를 누렸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특히 1조5000억원 규모의 로켓배송 투자가 완료되면 쿠팡은 쇼핑의 시작(탐색·주문)부터 마무리(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장악, 일순간에 전무후무한 공룡 ‘쇼핑기업’으로 등극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쿠팡의 공세에 최근 백화점·대형마트·오픈마켓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당일 배송 경쟁에 돌입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카카오, 재벌 SK보다 더 빠르게 신사업 추진 = 2007년 세상에 나온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로 여겨지는 카카오톡을 성공시킨 후 국내 대표 모바일 생활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카카오의 신사업 추진 속도는 국내 대표 재벌 기업의 계열사인 SK플래닛보다 빠르다. SK플래닛은 1등 글로벌 플랫폼 혁신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카카오보다 택시·간편결제 등 각종 사업마다 속도전에서 밀리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콜택시 서비스를 시작, 지난달 기준으로 누적 호출 건수 3000만건, 기사 회원 수 16만명을 돌파했다. SK플래닛의 T맵 택시는 카카오보다 한 달 늦게 나왔다. 이에 따라 콜택시 서비스 성적도 승객용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350만건, 기사 회원 5만명으로 카카오보다 부진하다.

간편결제 시스템 경쟁에서도 카카오가 승기를 먼저 잡았다. 카카오는 지난해 9월 카카오페이를 내놓았고 SK플래닛은 그로부터 반년 뒤인 올 4월에 시럽페이를 선보였다.

◇사업 판도를 뒤흔든 혁신… 정면 충돌 불가피 = 혁신을 내세운 IT 벤처기업들이 기존 산업의 판도를 흔들다 보니 기존 강자였던 대기업과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택배업체를 회원사로 둔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지난 5월 전국 21개 지방자치단체에 로켓배송이 불법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현행법상 운송용으로 허가받은 차량만 배송할 수 있는데 쿠팡이 자가용 차량으로 유상 운송을 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쿠팡은 법리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길 안내) 서비스를 두고 ‘빅2’인 SK플래닛과, 카카오가 모회사인 록앤올도 법정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SK플래닛은 록앤올을 상대로 T맵 전자지도DB 무단사용 중단과 관련, 정보 폐기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고 2일 발표했다. 이에 카카오와 록앤올 측은 지적재산권 침해를 부인함과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양사는 앞서 모바일 상품권 사업을 두고도 공정위에서 대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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