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장관에게 듣는다] 윤상직 장관 “제조업 위기 극복… 기업 자발적 사업재편 적극 뒷받침”

입력 2015-11-0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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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소비재 발굴·시장 다각화… 노력무역금융 지원 확대·상담회 상시 개최도

산업정책 전반을 책임지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요즘 고민이 많다. 한국경제를 이끄는 성장동력인 수출이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어서다. 우리 경제의 ‘심장’인 제조업이 흔들리면서 기업실적도 악화돼 산업 전반이 활력을 잃고 있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윤 장관이 최근 구조개혁을 위한 재계의 사업 재편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은 업계가 자율적으로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윤 장관은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제조업 위기를 극복하려면 기업의 대형화ㆍ전문화 등 민간의 자발적 사업 재편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자발적 사업 재편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연내에 국회에서 통과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내비쳤다. 올해 들어 내내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수출을 정상궤도로 올려놓기 위해 원샷법 처리는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윤 장관은 강조했다.

△최근 수출 부진의 원인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가. 또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복안이 있다면.

“최근 우리나라 수출 감소는 세계 교역 둔화, 유가 하락, 엔ㆍ유로화 약세 등 경기적 요인과 함께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주력산업의 해외생산 확대와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가장 큰 수출시장인 중국이 가공무역 억제 등 무역구조에 변화를 주면서 대중 수출이 줄어든 점도 수출 부진의 주요 원인이다. 수출 여건의 핵심변수인 유가가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수출 상황은 좋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수출 품목과 시장을 다변화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려 한다. 우리나라 수출은 중간재 중심으로 성장해 소비재 수출 비중이 지난해 기준 15.4%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화장품, 소형가전 등 유망 소비재 상품을 폭넓게 발굴해 우리 수출기업들이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로드맵을 구상 중이다.

미국, 중국 등 기존 주력시장뿐만 아니라 중동, 중남미, 독립국가연합(CIS) 등으로 수출시장을 다각화해 나갈 계획이다. 경제제재 해제로 시장이 열리는 이란과 쿠바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무역금융 등 지원도 늘리려 한다. 정상외교 이후 우호적 분위기가 형성된 중동ㆍ중남미 시장에 대해선 상담회 개최와 같은 비즈니스 활동을 상시 지원해 공략해 나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올 들어 조선(해양플랜트), 석유화학, 철강 등 일부 산업의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이 재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업계의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철강, 석유화학 등 공급 과잉 업종을 중심으로 민간의 자발적인 사업재편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민간협의체’를 구성했다. 여기에서 위탁경영이나 품목ㆍ설비 조정 등 업계 스스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금융위원장 주재로 기획재정부부, 산업부 등 취약산업 주무부서 차관급과 금감원, 국책은행 등 관련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 구조조정 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협의체는 민간의 사업재편ㆍ구조조정 논의를 바탕으로, 산업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 추진 방향을 협의하는 게 주된 역할이다.

선제적인 사업 재편을 위해선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법적 기반은 마련돼 있지만 정상기업의 선제적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제도는 미비한 상황이다. 이러한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원 발의로 5년 한시 특별법인 ‘기업활력제고 특별법’ 을 추진 중이다. 이 법이 제정될 경우 주력 제조업의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대기업 비핵심 사업부를 인수할 수 있게 돼 중소ㆍ중견기업의 성장에 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경제 GDP의 40%를 차지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 이후 우리 정부의 대응 방향은.

“TPP가 타결되긴 했지만 12개국 비준 절차 등 발효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국내 산업에 대한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 그동안 방대한 FTA 네트워크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온 만큼 우리 기업들은 시장 선점효과도 상당기간 누릴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TPP 역내 글로벌 가치사슬 활성화, 서비스ㆍ투자 시장개방 확대 영향으로 우리 기업의 역내 수출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로선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TPP 참여를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이달 중 TPP 협정문이 공개되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공청회, 국회보고 등 통상절차법에 따른 절차를 거쳐 정부 입장을 최종 확정하겠다.”

△저유가 국면에 해외자원 개발이 적기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자원개발 부실 논란에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아직 정체 상태다.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자원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 해외자원개발사업은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사업임은 분명하다. 올해 국제유가가 작년보다 30% 이상 떨어지면서 자원개발기업들이 자산가치 하락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메이저 석유개발기업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반면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은 유ㆍ가스전 등 자산가격 하락은 오히려 자원개발의 기회이며 일본, 중국 등 주변국들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해외자원개발 사업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공기업의 해외자원개발 투자사업 중 일부가 유가 하락으로 손실이 늘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현시점에서는 기존 투자사업을 내실화하고 신규 사업은 시장 논리에 입각해 추진하려 한다.”

△전기요금 조정 여부는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만큼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요금 인하나 누진제 완화 계획이 있나.

“최근의 유가 하락 추세와 한전의 실적 호조를 반영해 이미 지난 6월 전기요금을 할인하고 소외계층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대책을 발표해 현재 시행 중이다. 다만 최근 주요 발전연료에 대한 개소세 인상과 유가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비용, 송배전 투자소요 등을 감안할 때 전기요금은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누진제 완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지난 2013년 누진제 개편을 적극 추진한 데 이어 올 여름에 주택용 3~4구간을 통합해 누진제로 인한 요금폭탄을 우려를 줄이고자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면적인 누진제 개편은 부자감세 등의 논란이 발생될 우려가 있는 만큼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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