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을 대강대강 하는 것을 광학(曠學)이라 하고, 아예 그만두는 것을 작철(作轍)이라고 한다. 曠은 넓은 들판, 광야와 함께 비다, 공허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다.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 광학과 작철을 경계해야 한다.
공부가 얼마나 엄숙하고 치열한 일인지 잘 알게 해주는 말이 있다. “무릇 사람이 배우기를 좋아하면 비록 죽어도 살아 있는 듯하고, 배우지 않는 자는 비록 살아 있어도 행시주육에 지나지 않는다.”[夫人好學 雖死若存 不學者 雖存 謂之行屍走肉耳] 행시주육(行尸走肉)은 ‘나다니는 시체이자 걸어 다니는 고깃덩어리’, 말하자면 강시나 좀비다. 중국 후진(後晉)시대의 왕가(王嘉)가 기괴한 이야기와 전설을 모은 지괴서(志怪書) ‘습유기(拾遺記)’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을 한 사람은 후한시대 촉군(蜀郡)의 임말(任末)이다. 그는 스승의 장례에 가다가 도중에 병들어 죽게 되자 조카에게 이렇게 말하며 자기 시신을 스승의 집까지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14세 때부터 학문에 뜻을 두었으나 일정한 스승이 없었다. 매번 말하기를 “사람이 학문을 하지 않으면 무엇을 이루랴?”라고 했고, 나뭇가지를 꺾어 붓을 만들고 수액을 먹으로 삼아 글씨를 썼다. 좋은 글을 보면 자신의 옷에다 쓰고 외웠다. 그런 사람이니 행시주육이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
성호 이익도 ‘황득보에게 보낸 답장’[答黃得甫]에 이 말을 썼다. “계절은 벌써 더운 여름이 되었지만 늘 얼음을 밟고 있는 것처럼 두 발이 차가우니, 그 증후를 살펴볼 때 거의 걸어 다니는 시체나 다름없습니다. 어찌하겠습니까, 어찌하겠습니까?”
습유기는 주워서 전하는 기록이라는 뜻이다. 황제 같지 않은 황제, 허풍쟁이 귀족과 같이 재미있는 이야기는 물론 삼황오제, 진시황부터 조조 유비 손권 등유명인들의 일화가 많다. fused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