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문제가 경각에 달한 일본이 노인 부양 부담을 덜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해법을 ‘카지노의 도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찾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에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모방한 노인정 설립이 확대 일로에 있는 가운데 이 사업이 아베 신조 총리가 추진하는 경제재생 계획의 핵심이 될 수도 있다고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지난 1년간 일본에서 60개의 카지노식 노인정이 세워졌다. 노인들에게 적절한 여가활동의 장도 제공하면서 정부의 보조금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노인정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이와 함께 신문은 일본 요코하마 교외의 한 카지노 스타일 노인정을 소개했다. 이곳에선 슬롯머신이 한 쪽에서 끊임없이 돌고 있고 사람들은 녹색 테이블에서 칩을 쌓아놓고 카드 게임을 즐긴다. 이용자의 평균 연령이 80세인 이 노인정은 인근 퇴직자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소로 떠올랐다.
아베 정부는 지난 9월 새 내각 출범과 함께 일본 인구 전체가 활약한다는 의미의 ‘일억총활약 사회’를 핵심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80세 이상 노인이 1000만명에 이르고 매년 생산가능연령 인구가 10만명씩 줄어드는 고령화 시대에 새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다.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일본 내 양로시설은 현재 약 4만곳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0년에 비해 2배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이같은 카지노식 노인정을 10곳 운영하는 가오루 모리 대표는 “양로시설 대부분이 제공하는 여가활동은 노인들에게 맞지 않고 심지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이들은 어른이며 진지한 활동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들이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낸다면 이들의 상태는 더욱 나빠질 것이고 국가 자체가 짊어질 부담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지노식 노인정이 일억총활약 사회의 취지와 맥락을 같이 한다는 설명이다.
일반 노인정에서는 여성과 남성 비율이 70대 30 정도다. 그러나 모리가 운영하는 카지노식 노인정은 그 비율이 역전됐다. 그동안 집안에 고립됐던 남성 노인들이 밖에 나와 활동할 수 있게끔 유도한 영향이다.
일본에서 카지노 도박은 불법인데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런 노인정 운영은 세심하게 이뤄지고 있다. 노인들이 카드 테이블에서 쓰는 칩은 가짜다. 게임에서 이기면 현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의 챔피언컵이 주어진다. 테이블에 앉기 전에 흥겨운 음악과 함께 스트레칭을 하며 베팅 전 노인들의 체온과 혈압도 체크하는 등 건강관리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