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논란의 새 도시 브랜드 슬로건 'I. SEOUL .U'의 홍보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이 들썩일 정도로 각종 비난에 휩싸인 해당 슬로건의 친숙도를 높여 논란을 가라앉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3일 영상디지털영상광고 전문업체인 핑거터치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공식 광고대행사인 스마트채널, 서울지하철 역사 스크린도어 운영과 스크린도어 광고권을 갖고 있는 유진메트로컴 등 일부 업체에 새롭게 선정된 슬로건 'I. SEOUL .U'의 관련 내용 표출을 긴급하게 요청했다.
시는 이들 업체들이 운영하는 지하철 역사 내 디지털뷰, 열차 위치를 보여주는 행선안내기 등에 해당 슬로건 영상을 지난 3일부터 표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새 브랜드에 대한 낯선 느낌이 논란을 가열시키는 면이 없지 않은 만큼 하루 평균 이용객이 420만명을 넘어서는 지하철 역사 홍보를 이용해 브랜드 친숙도를 끌어올려 논란을 가라앉히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 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 대표팀과 쿠바 대표팀의 ‘2015 슈퍼시리즈’ 경기장에도 'I. SEOUL .U'가 적힌 광고를 부착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갔다.
14년간 사용된 ‘하이서울(Hi Seoul)’을 대신하는 서울의 새 슬로건 'I. SEOUL .U'는 준비과정 1년 6개월, 브랜드 개발과 홍보에만 이미 8억원이 투입된 서울시의 야심작이다. 1000인 시민 심사단(25%)과 전문가 심사단(25%), 사전 시민투표(50%) 점수가 합산되는 등 직간접으로 참여한 시민도 무려 20만을 넘어선다. 박원순 시장이 'I. SEOUL .U'와 경합을 벌인 '서울링(Seouling)'에 대해 ‘핫’한 느낌이 좋다며 선호했지만 결국 이같은 의견은 투표 결과에 반영되지도 못했다. 그야말로 시민의 작품인 셈이다. 시는 이 슬로건에 대한 브랜드 홍보에 앞으로 약 15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문제는 시민들이 뽑은 이 슬로건이 시민들의 외면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전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I. SEOUL .U'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반대 의견이 무려 절반을 넘어서는 54.7%에 달했다. 찬성한다는 의견은 불과 11.9%였다. 반대 의견 중 기존의 슬로건인 '하이서울'(Hi Seoul)을 계속 쓰자는 의견이 35.8%를 차지했고, 다시 공모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18.9%를 기록했다. 특히 지역별 찬반에선 서울시민의 66.5%가 새 브랜드에 반대하며 가장 많은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 각종 패러디가 난무하는 건 물론 급기야 박원순 서울시장의 소속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선 '철회' 목소리가 나왔다.
시는 철회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민간거버넌스가 진행하고 시민이 결정해 탄생시킨 결과물을 일부 시민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서울시가 거부한다면 결국 시민의 결정을 부정하는 꼴이 된다"며 "대부분 새로운 브랜드는 초기엔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네덜란드의 'I amsterdam'과 미국의 ‘I♥NY(아이 러브 뉴욕)도 처음엔 비판을 받았지만 곧 자리를 잡았고, ‘I♥NY’은 결국 40년을 이어왔다"고 낙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시는 이번 브랜드 슬로건에 대한 시민들의 각 종 비판을 수용·보완한 뒤 이 달 중 정교화 작업에 들어간다. 또 시민들이 자유롭게 디자인과 형태를 변형하고 상품화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비즈니스 방식으로 개방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