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을 연기력으로 혹평하는 관객은 많지 않다. ‘아이리스’ ‘악마를 보았다’ ‘광해’ 등 그의 출연작은 흥행 여부를 떠나 흡입력 있는 캐릭터로 대중의 뇌리에 인식돼 있다. 나아가 그는 ‘지.아이.조’ ‘레드’ 등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배우로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
그런 이병헌이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에서 정치깡패로 변신한다. ‘내부자들’은 권력의 그림자 이강희(백윤식 분)와 손잡고 재벌, 정치인 등 힘 있는 자의 수하로 살았던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분)의 복수를 그린 영화다. 이병헌이 연기한 안상구는 능청스러우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복합적 캐릭터로 기대를 모은다.
얼마 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이병헌을 만났다. 이병헌은 새로운 영화와 캐릭터에 대한 관객의 반응을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는 “(전라도) 사투리도 처음이었고, 정치깡패 역도 처음이었지만 커다란 변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관객들이 안상구 캐릭터를 보고 만족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새로운 시도에 있어서 관객들이 안상구를 잘 연기했다고 평가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안상구는 ‘패션깡패’로 불릴 만큼 패셔너블한 인물이다. 시대 상황에 따른 의상, 헤어 변화에 신경을 많이 썼다.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 속에서 그의 심리도 잘 표현해야 했다. 중압감도 있었지만 그 점 때문에 배우 입장에서 신나게 연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내년 두 편의 할리우드 영화 ‘미스 컨덕트’ ‘황야의 7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알 파치노, 앤서니 홉킨스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과 호흡을 맞춘다. 이에 이병헌은 “할리우드 영화 ‘비욘드 디시트’는 발음의 문제로 ‘미스 컨덕트’로 제목이 바뀌었다. 내년 2월 또는 3월 개봉한다”며 “알 파치노, 앤서니 홉킨스, 조쉬 더하멜과 찍었고, 저예산 영화다. ‘내부자들’ 끝나고 바로 뉴올리언스에 가서 2~3주 정도 촬영했다”고 말했다.
‘황야의 7인’의 캐스팅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이병헌은 “본래 안톤 후쿠아 감독은 중국 배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미스 컨덕트’ 촬영이 끝나고 미팅 요청이 왔고, 갑작스럽게 만나게 됐다. 그 자리에서 안톤 후쿠아 감독이 ‘달콤한 인생’을 언급했다. 자신이 제일 재밌게 본 영화라며 캐스팅을 결정지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병헌의 작품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 그는 연기할 캐릭터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단 이야기에 힘이 있는지 가장 먼저 본다. “캐릭터가 아무리 좋아도 영화가 안 좋으면 소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실 이병헌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배우가 아닌 만큼, 제작사 관계자를 만나기 어렵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다행스러운 건 꾸준히 (할리우드 작품을) 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행보도 밝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