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기업을 하는가 24] 세대성을 가진 행복한 기업을 꿈꾸다

입력 2015-11-0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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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범 지니네트웍스 대표이사

초창기 경영실적 안 좋은데도

이익과 상관없이 인센티브 지급

대표로서 위험한 결정이었지만

결국 회사 성장의 모멘텀 제공

회사가 50년 갈지 100년 갈지

현재의 직원들과는 무관한 주제

구성원이 행복하고 즐거운 일터

미래는 다음 세대가 부딪칠 일

‘나는 왜 기업을 하는가’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선 ‘나는 어떻게 기업을 시작하게 되었는가’를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2004년 12월 23일, 나는 두 갈래의 길에서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나의 길은 젊은 시절 고생하며 국내 최고의 네트워크 보안회사로 성장시킨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이었고, 또 다른 길은 혈혈단신으로 나와서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함께 성장해온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안정적인 지위와 자리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창업 멤버로 합류해 숱한 밤을 새워 일하면서 한 번도 회사와 나를 떼어놓고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가 곧 나고, 내가 곧 회사’라고 생각하며 많은 직원들을 이끌어 왔는데, 회사와 직원들은 남겨두고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당시, 함께 시작했던 기존 대표가 비리 혐의로 물러나고, 이후 합류한 새로운 경영진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조차 신뢰하기 힘든 사람들의 지시를 받으며, 회사의 입장에 서서 직원들에게 신뢰를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정답은 찾기 힘들어도 답이 아닌 것들은 쉽게 보이며 피할 수 있다.

여태껏 엔지니어가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내가 경영자가 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두 갈래 길에서 하나는 절대 가지 말아야 할 길이었기에 남아 있는 길, 창업밖에 보이지 않았다. 망설임없이 1주일 후인 2005년 1월 내부보안 전문업체 지니네트웍스를 설립했다.

창업 후 주변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회사의 비전이 무엇인가’이다. 그러나 나는 회사의 비전이라는 단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회사가 업계에서 몇 등인가’, ‘회사의 매출이 얼마나 되는가’로 이루어지는 회사의 비전은 구성원 개개인의 삶과 그다지 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의 비전이라는 틀이 경영자 개인적인 욕구를 채워주기 위한 도구로 악용되는 사례를 너무도 많이 봐왔다. ‘직원 개개인이 딴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묶어두고, 앞만 바라보고 전진하게 하는 데 이용하는 수단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며 우리 회사의 비전을 ‘개인의 비전이 실현되는 공동체’로 설정했다. 비전이 없는, 아니 비전을 강요하지 않는 기업의 경영자로서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오랜 시간에 걸쳐 생각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것과 ‘기업은 세대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사람은 도구가 아니라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가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운영 시스템을 주의깊게 설계하지 않으면 사람이 목적이 아니라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로 전락하기 쉽다. 그래서 주요 결정을 할 때마다 항상 ‘사람이 목적이다’라는 생각을 무엇보다 우선 순위에 둔다.

또, 우리 회사는 ‘기업의 세대성( Contemporary Company)’을 추구한다. 흔히 100년, 200년 가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기업의 영속성은 추구한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2008년 미국 금융 사태 때 150년 이상의 전통과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 그리고 엄청난 자본을 가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접하며 기업은 모호한 명제를 추구하기보다 실질적인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지니네트웍스가 50년을 갈지, 100년을 갈지 나를 포함해 현재의 직원들과는 무관한 주제이다. 우리는 우리가 일하는 기간인 20년에서 40년 동안 회사가 생존하고, 일하는 동안 구성원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일터를 경험하는 것에 더 가치를 두고 있다. 우리가 만든 일터가 얼마나 오래가고 먼 미래에 얼마나 성장할지는 우리 세대가 아닌 바통을 이어받은 다음 세대가 치열하게 부딪치며 고민해야 할 사안이지, 우리가 미리 준비하고 계획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관심사는 직원이 주인이 되어 동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즐겁고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지니네트웍스는 ‘네트워크 접근제어 솔루션 NAC(Network Access Control )’ 분야에서 국내 45%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1위 기업이다. 우리 회사 대표 솔루션인 ‘지니안 NAC(Genian NAC)’의 초기 개념과 콘셉트는 내가 제안하고 리딩했지만, 현재 솔루션의 완성은 연구진의 아이디어와 노력의 결과다. 이제는 아무도 대표이사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것인지 알지 못한다. 대표의 이름은 묻히고 실무자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되었기에, 연구진도 본인들이 만든 제품에 대한 주인의식과 애정이 남다르다.

좋은 솔루션을 개발했지만 초창기에는 경영 실적이 예상처럼 따라오지 못했다. 그 와중에 회사 실적과 이익에 상관없이 매출의 3%를 전 직원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정책을 세웠다. 기업을 책임지는 대표로서는 굉장히 위험하고 과감한 결정이었는데, 이 인센티브 정책은 회사 성장의 모멘텀을 제공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회사로서는 적자가 날 수 있는 상황이고, 자금도 충분하지 못한 가장 어려운 시기였지만 우리 회사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자신감이 없으면 내리지 못할 결정이었다. 또 우리 회사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이기에 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이런 결정 덕분에 회사의 실적도 큰 폭으로 향상되었다. 직원들은 우리 회사가 개인의 비전을 실현하고 세대성을 추구한다는 것이 그럴듯한 표어가 아닌, 실질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가치로 이해하고 회사의 성과를 조직원 모두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체득할 수 있게 됐다.

많은 기업이 사람이, 인재가 회사의 자산이라고 말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기업은 정말 사람이 유일무이한 자산이지만 많은 중소 IT기업들은 인재를 관리하지 못하고 애써 함께 성장한 직원들을 떠나 보내게 된다. 사람이 자산이라고 하면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직원 우선주의 문화가 정착되면서 인력 이탈이 거의 없다. 직원들의 노력과 경험이 회사에 누적돼 회사의 자산이 되고 실력이 되며 경쟁력이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직원 우선 주의로 시작해 회사의 성장과 수익,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이 성장하면, 경영자도 성장한다. 성장 우선주의를 추구하지는 않지만 일터에서 즐거움 중의 하나가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가 점점 성장하는 것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국내 1위에 머무르지 않고 더 크게 도전하기 위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고 미국 법인 설립을 진행 중이다. 아마 미국 땅에서 아시아의 중소 IT기업이 성공하기는 순탄치 않을 것이다. 국내 시장보다 개척하기 더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을지, 언제쯤 커다란 열매를 맺게 될지 아직까지 알 수 없다. 그러나 10년 동안 무모한 도전의 길에 함께해준 직원들과 같이 가는 길이기에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나는 왜 기업을 하는가’에 답을 하자면 나는 나 자신이 즐겁게 오랜 기간 더 나이가 많아져도 계속 일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위해서 행복한 일터를 만들고 싶다. 나와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함께 오랜 기간 같이 즐겁게 배우며 일하고 싶다. 나는 회사의 성과를 구성원과 공유하며, 더 나아가 이 사회에 우리가 가진 재능으로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작은 기여를 하고 싶다. 구성원이 행복하면 우리의 고객도 행복하고, 우리의 고객이 행복하면 우리 사회도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동범 대표는

△현재 지니네트웍스 대표이사

△2011 행정안전부 장관표창 수상

△2005 대검찰청 컴퓨터수사부 자문위원

△2005 성남산업진흥재단 창업경영대회 우수상 수상

△2004 어울림정보기술 연구소장

△1997 두산정보통신 연구소

△1988 성균관대학교 정보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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